군산의 정신문화가 살아있는 새로운 명소 충경원(忠敬苑)을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도 7월 14일 11시 군산중학교 교정에서 6.25한국전쟁 당시 조국수호를 위해 산화하신 65분의 영령을 모시는 추모제가 거행됐다.

 이날 문동신 군산시장을 비롯한 군산 중.고 동문 관계자들과 유족들 그리고 재학생 등 300여명이 모여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본교 재학 중에 적과 싸우다 돌아가신 영령들을 추모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는 의식이 장중하게 진행됐다.

 생활이 복잡하고 일에 쫓기면서도 서울 등 경향 각지에서 뜻있는 동문들이 달려들 왔다.  제전위원장이며 총동창회장인 박영준 씨는 인사말에서 50년 전,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 한다」를 읊어가며 전국 유일하게 동창회가 중심이 되어 건립한 추모탑 앞에 선 것이 가슴 뿌듯하다고 했다. 어린 후배인 군산중학교 1학년 조예은 양이 헌시를 낭독할 때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넋이라도 남았다면 소나무 향기 아련히 풍겨오고 유년의 꿈 키워주던 그대들의 교정으로 돌아와 목 놓아 울어라도 보소서..."

 집향 후에는 선후배 동문들이 성의껏 마련해온 음식을 충경원에서 나누며 옛 추억담과 전공담을 끝없이 나누었다. 화합과 우의가 넘쳐흘렀다.  

  충경원에 자리잡은 학도병 추모비의 건립경과를 간략히 진술해보고자 한다.    

 1950년 6월 25일 전쟁 당시 북한공산군의 무력침공을 막고자 많은 애국 학생들이 자진 분기하여 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여했다.

 군산시에서도 우리 고장이 공산군의 수중에 들어가기 4일 전인 그해 7월 13일 아침 10시 군산시내의 중학교(당시 6년제 중학교) 학생들 300여명이 검은 학생복을 입은 체로 임시열차를 타고 전선을 향했었다.

 그들은 훈련을 받아볼 여유도 없이 전선으로 뛰어 들어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낙동강 전투 등, 이름 모를 산하에서 산화했다.

 불행하게도 본교는 전국 330개 학도병 출병학교 중 가장 많은 출전자에 가장 많은 희생자 수를 낸 것이다. 

 그간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전우들과 옛 급우들은 가신 분들의 영령을 달랠 위령탑을 모교 교정에 세우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고 모금운동을 전개해왔다.

 2002년 드디어 7천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처럼 의미있는 사업추진 소식을 접한 각계에서도 많은 지원금이 답집됐다.

 2003년 7월 14일, 마침내 2억 5천만 원을 들인 학도의용병 추모비 준공식과 더불어 추모제가 엄숙하면서도 장엄하게 치러졌다.

 높이 7m의 화강암 추모탑과 그 앞에서 누더기가 된 학생복 차림에 총 한 자루 부여잡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어린 학생의 동상. 이는 전국 최초 최대의 학도병 추모탑이다.

 이 거창한 공사와 더불어 총 동창회에서는 전쟁 중에도 학교를 지키다가 주검을 당하신 박종재 교장선생님의 영모비도 더 높게 더 튼튼하게 쌓았다. 

 기존의 교장 선생님 영모비는 수복 후, 전쟁 중에 제자들이 어렵게 세웠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더러 보였었다. 그리고 이곳을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님과 선생님을 공경한다는 맹세의 장인 충경원(忠敬苑)으로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사를 모시는 일은 "뿌리없는 나무가 없고, 조상없는 자손이 있을 수 없다"는 옛 사람의 교훈이 아니더라도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선조 분들에 대한 정성을 다하고 예로써 모시는 것이 자손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이다.

 하물며 나라와 국가를 위해 먼저 가신 동문들에게 신성한 의식으로써 그 정신을 체득하려 노력하며 이를 후세에 오래 오래 전하려 애쓰는 군산 중.고 동문들의 뜻있는 추모제 행사에는 큰 박수를 쳐 줄만한 장거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