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관계만 보이는 선거판2020-04-06 09:39:30
정 건 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오래전이다. 이 주일여 선거운동이라는 것을 해봤다. 거의 초기 시도의원 선거 때였을 거다. 청소년기 다녔던 태권도장 사범님 아버지가 출마했었다. 사범님이 봉사활동으로 부탁해서 아무 생각 없이 몇 차례 선거사무실 나가서 활동했다. 도장 사범님은 나에게 잘 대해 주셨던 분이었다. 정말 이상한 것은 상대측 후보가 그렇게 미웠다.
그 때 내 모습 생각하면 얼마나 웃기는지. 사범님 아버지도 몰랐고 상대측 후보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은 우리 사범님이었고 그분의 아버지라는 게 모두였다.
선거 운동하면서 상대측과 마주치면서 좋지 않은 마찰도 있었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내 성격에 나도 한몫했을 거다. 웃기지 않나?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인연이 먼저 되어 우리 편이 되었고 상대편은 나쁜 놈이다. 정책도 그 사람의 삶도 그 무엇도 모르는데 그냥 편먹은 놈만 좋은 거였다. 꼬투리 하나 잡히면 비난하기 바빴다. 영화광이어서 조폭영화도 좀 봤다. 나중에 철 들고 생각해 보니 그 때 선거 운동했던 내 꼬락서니가 꼭 조폭의 생리와 닮았더라.
또 선거철이다.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정치도, 정책도,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삼무 선거’라는 말이 나온다. 그래도 지역 선거판 가운데 삼무 중에 사람이 누구인지는 안다. 문제는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새만금 복합리조트 정도가 소소하게 이슈 되었을 뿐 후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코로나가 유행이고 경제가 타격이 심해도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지역 구도상 여야에 다양한 관점들이 있다. 여당이 시도의회와 지자체 등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국회의원만 야당인 지역구도. 잘 한 것은 잘 것으로 칭찬하고 지지해야 하나 못한 것은 문제시하고 비판해야 옳다. 또한 추진해야 하는 일 중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역할은 전혀 다른데, 선거판 유심히 보면 시장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를 혼란스럽게 하는 정책도 많다.
우리는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을 채택한 국가이고 입법권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은 법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 어떤 법을 만들고 특히 지역구 의원이기 때문에 어떤 정책을 세워 어떤 법을 만들어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나 구체적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여야 후보 모두 지역에 무엇을 만들고 건설하고 가져오고 세워서 시민들의 경제가 좋아지게 하겠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공약들이 남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마저도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명확한 자기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야당 의원이 지역구 의원이었기에 여당의 문제를 비판해야 하나 여당 지지세가 센 지역구에서 그러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선되면 여당에 입당하겠다고 했다.
여당 후보 또한 당의 정책이나 홍보를 강화하지만 여전히 군산 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고 중앙 차원의 법적 대안이나 정책은 찾기 어렵다. 여당의 텃밭인 지역인데 현재의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서로의 문제로 비판 중이다. 쓰다 보니 이 글 여야 모두에게 비난 받기 딱 좋겠다.
오래전 2주 선거 운동 했던 나와 같은 사람들 없었으면 좋겠는데,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SNS 살피다 보니 그 어렸을 때 나와 같은 사람들이 보여서 겸연쩍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옛날 누군지 모르는 상대 후보님께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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