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운보 김기창 화백과 성화 ‘예수의 생애’2020-05-04 10:47:28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규홍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은 서울 운니동에서 출생했다. 승동보통학교에 입학 등교 첫 날 열린 대운동회 때 장티프스에 걸려 고열로 후천성 청각 장애인이 되었다. 졸업 후 어머니의 권유로 이당 김은호 화백 문하에서 미술수업을 시작했다.
1931년(18세)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약칭 선전(鮮展)〉에 판상도무(板上跳舞; 널뛰기)로 첫 입선을 했고, 어머니는 아호를 운포(雲圃)라 지어주었다. 그는 광복과 함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의미로 아호 운포(雲圃)의 구(口)를 없애고 운보(雲甫)로 바꾸었다.
부인 우향 박래향은 1920년 4월 13일 평안남도 진남포 출생으로, 6세 때 부모를 따라 군산으로 이주했다. 군산공립보통학교, 전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경성 사범대에 입학했고, 1944년 도쿄여자미술대학교 일본화과 졸업 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최고상 '창덕궁상', 1956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노점’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여류작가로서는 최정상의 위치를 점했다.
운보는 1943년(30세) 우향과 처음 만났고, 개관 준비 중이던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946년 12월 17일 당시 관장이던 송석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우향 모친은 완강한 반대를 했고 부친은 병으로 참석치 못했다.
1950년 6월 22일 동화백화점 화랑에서 제4회 운보-우향부부전을 열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해 전 작품을 분실했다. 운보는 피난을 가지 못해 공산 치하에서 3개월을 보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납북은 모면했지만 여동생 기옥과 남동생 기만은 납북되고 말았다.
당시 전시회에 심혈을 기울였던 터라 경제적 여력이 없게 되자 1950년 처가가 있는 군산 시외의 농촌 구암동으로 내려와 농장 한 모퉁이의 토방에 살게 되었고 생활고로 미군부대의 초상화를 그려 생활을 꾸려 나갔다.
그러던 중 평소 우향을 통해 친분이 있던 미군정 당시 서울시장을 지냈던 김형민이 부산에 있으면서 지원해 줘 10여 점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그림을 판 돈으로 구암동에 집을 마련했고, 일본에서 미술재료를 조달했다. 미군부대의 초상화 그림을 중단하고 구암동집 헛간을 작업실로 개조해 다시 본격적인 그림을 그렸다.
구암동 390번지(251㎡)의 구 토지대장에는 1952년 10월 1일 ‘김기창’ 명의의 소유권 이전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운보 가족들이 살았던 지번에는 현재 건물은 사라져 없고 빈 터만 남아 있다.
〈운보 김기창 성화집(2015년)〉에 따르면 운보는 군산에 머무르던 1952년 1여 년에 걸쳐 〈예수의 생애〉 제작에 착수했다. 1년 동안 수태고지. 아기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의 경배 등 29점의 예수의 일대기 완성에 몰두했고 1953년 독일 선교사의 제의로 ‘부활’을 추가로 제작해 〈예수의 생애〉 총 30점을 완성했다.
2001년 1월 23일 운보는 숙환으로 운명 청주 〈운보의 집〉에 우향과 합장해 있다. 가족으로 아들 완(完), 딸 현(玄), 선(璇), 수녀가 된 영(瑛) 등 1남 3녀가 있다.
구암동 390번지는 70여 년 전 운보가 그의 처 우향, 아들 완, 장녀 현을 이끌고 처가로 피난 와 30여 점의 성화를 그렸던 향토사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곳이다.
개발에 밀려 운보와 우향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도록 ‘문화 골목’을 보존하고 〈작은 영상 미술관〉을 조성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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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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