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30돌 맞는 군산시향2020-11-10 09:55:25
전 예총 군산지회 지회장 조성돈
전 예총 군산지회 지회장 조성돈
군산시립교향악단이 온 시민의 여망을 안고 부푼 꿈을 실어 출항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무사 항해를 하며 전국 여느 교향악단 못지않은 수준 높은 기량을 연마해 왔고, 시민 정서 순화는 물론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했다.
30년 전 창단 당시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교향악단 창단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던 필자로선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당시 전주에는 시향이 있었고 익산에는 원음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군산은 인적 자원이 없어 단원을 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지역 음악인들, 특히 중고등학교 음악 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인재 양성에 주력, 교향악단 창단을 위해 노력했다.
85년 시립교향악단 창단을 위해 먼저 군산청소년관현악단을 창단했다. 전북대 음악과 김정두 교수는 군산팔마(八馬)음악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군산 최초의 현악기 연주자들이 모인 합주 단체로 6회에 걸쳐 팔마 음악회를 개최하며 시향 창단 씨앗을 뿌렸다.
당시 청구여상이 유일한 공연장이었으나 90년 5월 1일 1천여 석 규모의 군산시민문화회관이 개관했다. 이를 계기로 예총이 중심이 되어 시향 창단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했다.
그해 10월에는 충남대 예술대 학장이었던 박판길 교수가 대전시향 공연을 군산에서 펼치며 시향 창단의 필요성을 알리고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특히 당시 서울대 음악대학 학장이자 한국음악협회 이사장이었던 정회갑 씨가 계셨다. 전주 출신으로 군산중앙초 음악교사로도 재직하셨다. 이분이 김인식 시장을 만나 지역 음악인의 열정과 시민들의 열망을 들어 시향 창단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했다.
이후 창단 절차가 본격 진행되었다. 예산 2200만 원과 단원을 확보했고 기본 악기 구매, 연습실 마련 등이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렇게 시립교향악단 창단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위대한 성과였다. 음악인들의 노력과 시민의 적극인 호응에 힘입어 시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역 기업·상공인 20여 명이 운영위원회를 조직해 창단에 앞장서 준 일이다.
어려운 과정을 견딘 결과 90년 8월 29일 창단식을 하기에 이른다. 객원 단원 30명과 창립 단원이라 할 수 있는 37명으로 발족했다. 초대 상임 지휘자로는 박판길 교수를 모셨다.
각고의 노력으로 창단 80여 일 밖에 지나지 않은 11월 19일 드디어 창단 연주를 하게 되었다. 창단연주에는 시립합창단 윤상열 지휘자와 시립 합창단도 함께 했다.
드디어 우리는 전국에서 16번째의 시립교향악단 창단이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다.
더욱 감동적이었던 점은 창단 3년째 되던 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교향악축제 참여다. 이날 협연자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로 주목 받던 김남윤 교수가 참여했고, 우리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마단조’를 연주해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재경 군산향우회 인사들이 대거 모여 극찬했고, 음악 평론가들의 호평에 뿌듯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건대 인적 자원이 부족해 학생들 지도에 동분서주했던 일,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니 오직 ‘군산시립’이라는 명칭만 붙여달라고 시에 애원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이 모든 것이 헛되지 않아 오늘의 시립교향악단이 탄생했다.
이날의 영광이 있기까지 음악 지도에 헌신을 다 하고 봉사했던 많은 분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오늘도 달랑 하나 남아 누렇게 변한 닳고 닳은 창단 연주 프로그램을 들춰보면서 30년 전 그날의 감격을 상기해 본다.
앞으로도 군산시향은 쉼 없는 노력으로 수준 높은 음악을 선물해 주기 바란다. 시민들이 아름다운 정서 속에서 높은 시민의식으로 자긍심을 갖고 삶을 꾸려갈 수 있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감격의 30돌 맞는 시향에게 거는 기대는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수준 높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이다. 우리가 만든 문화가 세계로 울려 퍼져 모든 이들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연주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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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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