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시론]자살이라는 이름의 전염병2020-11-30 09:25:58
문영 시인
문영 시인
“여보세요 소방서죠. 큰일났어요. 어떤 아저씨가 강물에 빠졌어요.” “예, 119 소방서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여기는 금강하굿둑인데요. 어떤 아저씨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네! 기다리세요. 빨리 달려가겠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투신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금강하굿둑에 출동했던 일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자살로 세상이 혼란 속에 빠졌었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고 특히 유명인사들의 자살은 그 영향이 더욱 그러하다.
해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15,000명이 넘는 나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관련 예산이 168억 원인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교통사고 사망자의 2배에 이르고 있으나 예산은 교통사고 예산의 1/5에 불과하다. 자살로 1명의 생명이 사라질 때 주변의 135명이 강렬한 슬픔을 겪거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복지정책을 가진 스웨덴이 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가졌었을까? 90년대 초만 해도 자살률이 1위였던 나라가 지금은 OECD에서도 자살률이 낮은 국가에 속한다.
극심한 경제위기에 대량해고로 인한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적 불안은 고스란히 시민의 불안한 심리로 이어졌고 자살률이 정점에 이르게 됐던 것이다. 이에 중앙은 물론 지방정부에서도 심각성을 깨닫고 자살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줄이는데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이웃나라 일본 또한 90년대 까지만 해도 자살률이 상위에 속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철저한 노력 끝에 자살률을 낮추는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유는 자살관련예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12~2017년 5년 간 자살예산은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동기간 우리나라 417억 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자살을 국가적문제로 인식하고 과감히 예산을 투자했으며 2006년에는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총리 직속 내각부가 총괄 지휘하는 등 자살을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지방정부까지 자살전담부서를 두고 적극 예방대책을 강구한 결과였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1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인구가 한 나라 경제력의 척도가 되는 현실에서 정부는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결혼 후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작정 다그칠 일이 아니라, 기존 생산력을 지키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자살률이 높은 10~30대, 60~70대의 자살률을 낮춰 생산력을 이어갈 일이다.
이제는 우리도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살관련 법이 2011년에 겨우 제정·공포되었지만 유명무실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예산 또한 168억(2018년)으로 일본(8,000억)의 1/50수준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단체, 학교, 언론이 모두 합심하여 자살예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을 해소하며, 가족붕괴로 인한 정서적 소외감과 가치관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생명의 존엄성과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고히 하며 이에 따른 법적, 제도적 인프라구축과 홍보 및 공공캠페인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또 한 개그맨과 그의 어머니가 스스로 세상을 하직했다.
대한민국은 6,25동란을 겪고 그 혹독한 위기를 극복하여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눈부신 성장을 거둔 나라로 우뚝 섰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상회하고 OECD국가 중 경제력이 9위인 나라가 됐다. 이처럼 대외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를 다시금 자문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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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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