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일기일회(一期一會)2020-12-22 09:38:20
오현 수필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 했던가.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마음이 바빠진다. 2020년 경자년도 열흘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맞고 보내는 것은 통과의례 같아서 따지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런저런 현실적인 무제에 부딪치면 슬그머니 물러서게 되는데 이때쯤이면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점검해보게 된다. 특별히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속성이자 현상이다. 연초의 결심은 스스로의 약속이며 그것을 관철해 가는 것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일이라고 본다.
아직 겨울의 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성급한 것 같지만 기실 음양의 세력이 교차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인 동시에 또 다른 해를 맞기에 어둠과 결빙 속에서 빛과 생명의 기운이 싹트는 때이기도 하다.
지난 일을 생각하면 예외 없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
봄과 여름, 가을을 거치면서 계절의 변화가 그랬던 것처럼 나라가 온통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불안과 조바심으로 지내왔으며 그 끝이 어딘지 모르게 앞으로도 그렇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조용한 날이 없었다.
총선(4.15)을 통해 21대 국회의원이 선출되었고 공수처 검경수사권의 국회통과로 검찰개혁의 시작을 알렸다.
추미애 장관 아들문제에 이어 권력과 결탁되었다고 주장하는 라임, 옵티머스 사건이 민심을 휘저어 놓았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힘 겨루기식 분위기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피로감마저 쌓여 짜증이 난다. 이래저래 한 해를 차분하게 돌아봐야 할 작은 여유마저 빼앗긴 느낌이다.
한사람 한사람의 소소한 일상,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다. 이 일상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이야말로 우려스러운 사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 정쟁의 역주행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고, 폭설이 내리고, 기습적인 한파가 몰아치기도 할 것이다. 겨울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때이다. 대설과 21번째 절기인 동지(12.21)도 보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와 밀당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았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는 순간을 살아간다.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는 오지 않았다.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오로지 명멸하는 시간을 담고 서 있는 ‘지금 여기’라는 무대뿐이다.
기상청은 올 겨울 강추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자연계가 그렇지만 우리 인간 삶도 한랭전선의 영향권이다.
춥다 한들 어찌 다음에 올 봄을 의심하겠는가. 나무와 같이 다 버리지 않고는 봄을 맞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다섯가지가 있다.
1. 입 밖에 나온 말 2. 쏘아버린 화살 3. 흘러가는 세월 4. 놓쳐버린 기회 5. 돌아가신 부모가 그렇다.
무소유의 삶을 설파한 ‘법정’ 스님의 법문집이 기억난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 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이라며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도 국민도 이 말을 새기며 한 해 마무리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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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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