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시론] 얼굴과 人非人2021-02-01 09:52:56
최영봉/ 시인, 예술평론가
고대 그리스의 문화를 계승한 로마에서는 시대적 배경으로 한 초상조각(肖像彫刻)이 발달했다. 그리스의 조각이 신과 인간의 이상적 美를 표현한데 반해, 로마의 초상은 이상화되거나 미화하지 않고 실재의 형상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 있다.
로마 최고의 폭군으로 알려진 네로 황제와 카라칼라 황제의 조각상을 보면 비정하고 잔인한 성품이 얼굴 표정에 잘 드러나 있고, 그에게 죽임을 당한 친동생 게타의 像도 유약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뿐인가. 줄리앙, 비너스와 함께 미술 기초실기에 표본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그리파像은 그의 부인 율리아의 자유분방한 남성편력을 감내하다가 끝내 화병으로 죽어가던 고뇌의 얼굴을 고스란히 표출해내고 있다.
얼굴은 그 사람의 감정의 변화에 따라 여러 가지 표정으로 정의情意의 지속적, 순간적인 마음상태의 긴밀한 관계를 밖으로 표출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개인의 마음상태, 나아가 한 사람의 심성을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우수어린 눈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늘 웃는 표정을 가진 사람이 있고, 고집스럽게 앙다문 입모양을 짓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따금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고, “아무개 얼굴을 보니 못 쓰게 많이 변했는데?”라 말할 때가 있다. 개개의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체로 오랫동안 시련에 시달린 사람의 얼굴은 지친 모습에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고, 숱한 역경을 이겨낸 사람의 얼굴은 슬기롭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반면 좋은 환경에 세파를 별로 겪지 않은 사람은 대체로 밝고 명랑한 얼굴 표정일 것이다.
특히, 사람의 눈은 특별한 부분이어서 마음 상태를 잘 드러낸다. 눈은 보이는 현상만을 인식하지 않고 그 사람의 내면까지 깊이 있게 분별해서 느끼는 기관이므로 심안(心眼)을 통해 그의 사람 됨됨이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 눈은 곧 마음의 창이니 말이다.
우리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 혹은 인비인(人非人)이라 말한다. 철면피(鐵面皮)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후안(厚顔), 강안(强顔), 면장우피(面張牛皮)란 말이나 낯, 면모(面貌), 몰골 등은 모두 ‘감출 수 없는 얼굴의 내면’을 일컫는 말이다.
벵자맹 주아노(Benjamin Joinau)는 그의 저서 《얼굴》에서 한마디로 ‘얼굴은 인간다움의 상징이다.’라 정의하면서 규정할 수 없는 얼굴의 모든 것을 다루기 위해 신화와 가면 등의 도구와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철학, 정신분석학, 미학, 인류학 등의 관점을 통해 면밀히 해석하고 있다.
이즈음, 성범죄 n번방이나 아동학대, 존속성폭행 범죄자들의 얼굴공개가 화제다. 그들의 얼굴 한구석엔 내력을 알 수 없는 어떤 기분 나쁜 살기가 서려있는 것처럼 보이니, 이 신화가 내포하고 있는 상징이 얼굴빛, 얼굴값으로 표현되는 이유를 바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날 동안 목줄에 묶여 시달린 학대가 얼마나 슬펐으면 무서움도 느끼지 못한 체, 지붕을 타고 탈출한 소녀의 떼꾼떼꾼하고 윤기가 없어 더욱 담담해 보인 얼굴, 가녀린 체구의 소년을 가방에 가두어놓고 죽게 한 계모의 뻔뻔스런 얼굴, 정인이를 입양해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의 얼굴이 한참이나 어른거려 참, 슬픈 세상이다.
에라이! 人非人들 같으니!
※본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