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구암동산 예찬2021-02-22 09:25:30
조성돈 전 군산예총 회장
아파트 뒤편에 나지막한 구암동산이 있다. 거의 매일 아침 동산을 오른다. 저녁때도 가끔 산책하는 곳이다. 이른 새벽 동편 산 능선을 경계로 펼쳐지는 일출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찬란히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설계한다. 저녁때는 붉은 노을이 타오르는 서해 낙조의 황홀함을 만끽하기도 한다.
그리 넓지도 높지도 않은 동산인데 계절 따라 전령사들이 동산 이곳저곳을 새롭게 단장한다. 철 따라 아름다운 꽃들은 고운 빛깔과 향기로 유혹한다. 이름 모를 잡초도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자기 과시를 한다. 나무엔 새잎이 돋아나고 가지마다 쭉쭉 뻗어 자신의 위용을 자랑한다. 숲속은 각종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룬다.
오르막길 왼편에는 군산과 서천을 이은 동백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동백대교 가시거리가 좋고 나쁨에 따라 그날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정상에 올라 걷다 보면 낮은 가로등이 자동으로 점등되어 길을 안내해 준다. 풀잎에 맺힌 이슬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별빛처럼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라 누군지 몰라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3.1 조형 탑에 오르면 북동쪽에 하구둑이 보인다. 하구둑으로 가는 해변 도로에 가로등 불빛이 물속을 비춰 대칭을 이룬 모습이 휘황찬란하다. 물속에 비친 불빛이 마치 비브라폰 악기를 연상케 한다. 불빛의 길이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짧아진다. 채로 두드리면 부드럽고 은은한 아름다운 가락이 감미롭게 울려 퍼질 것만 같다.
동산이라고 해야 겨우 해발 40m 정도뿐이 안 되는 산이다. 그러나 이곳은 옛날에 궁포궤범이라 하여 군산 8경중에 하나였다. 궁멀 산모퉁이를 돌아 돛단배가 포구로 돌아오는 서정적인 풍치가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 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이곳은 금강 하구를 굽어보며 군산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고려 말에는 왜구가 침범했다. 이때 최무선 장군이 세계 최초로 배에서 배로 화포를 쏘아 적을 소탕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곳이다. 이러한 진포 대첩이 전개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또한, 당나라 소정방이 백제를 공략하기 위해 이곳을 지나다 길을 잃었다. 다섯 노인을 만나 사비로 가는 길을 물었으나 거절하여 참살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오성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목숨을 바쳐 나라와 민족을 지킨 호국정신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곳이 바로 구암동산이다.
일찍이 선교사들이 이곳에 와서 선교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교육 분야가 발달하여 근대 교육이 앞서가게 되었다. 또한, 병원을 설립해 의학 분야도 발달했다.
이렇게 구암동산은 근대문화의 발상지로 신문화가 일찍이 보급된 곳이다. 그래서 기독교의 성지, 교육을 통한 민족계몽, 신 의학 도입 등 서양문화가 일찍이 발달하게 된 곳이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1세대들이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교육했다. 제자들에게 나라 사랑의 뿌리를 심어 항일 항쟁의 불씨를 심어 주었다.
그래서 3·1운동 때는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 우리 민족의 자존과 긍지를 만천하에 전했다. 이러한 정신이 옥구 농민항쟁으로 이어졌다. 6·25 때는 학도병이 다수 참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호국정신의 요람지가 되었다.
이러한 숭고한 정신은 중국과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에도 민족정기를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구암동산은 그야말로 호국의 민족혼이 살아 숨 쉬는 성지로 손색없는 동산이다.
재작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에 군산시에서는 군산 시민들의 염원인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입구는 배 모양을 형상화하여 구암동산 모퉁이로 흰 돛단배가 돌아오는 모습의 아치가 세워져 있다. 올라가는 벽 양쪽에는 3·1운동 당시를 연상 할 수 있는 각종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오르는 길 중간에 있는 옛 구암교회 건물은 영상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상 입구 왼편에는 대한독립만세 조형물이 세워져 그날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정상에는 3·5 만세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한 구 영명학교를 본떠 재현한 기념관이 세워졌다. 당시 역사적 현장으로서 외부 형태만으로도 교육적, 시각적 효과가 크다.
내부에 들어서면 1층은 추모 기록실이고, 2층은 당시 역사를 재현하였고, 3층은 체험교육관으로 되어 있다. 기념관 뒤편에는 3·1운동을 의미하는 뜻에서 31개의 계단이 있어 올라가면 3·1운동사 조형물이 당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구암동산은 나라와 민족을 구하신 선열의 뜻을 기리고 영령을 가슴에 새기는 뜻으로 조성되었다. 호국정신을 물려받아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지는 장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앞으로도 이곳을 성역화해 군산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호국보훈의 교육장으로 공원화해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선열의 고귀한 정신을 이어받았으면 한다. 그리하여 나라 사랑 의지를 다지는 민족 성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자랑스러운 선열들의 발자취를 그려가며 내일도 모래도 구암동산을 뿌듯한 마음으로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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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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