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얼굴값 하고자 이 땅에 온 꽃들이 천지삐까리다. 동백이 피고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고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피고, 피고 진다, 다시 피고.
어디 꽃들 뿐이랴. 모든 동물들도 태어나면서부터 얼굴 내밀고 이름 걸고 한 生을 거느린다. 꽃은 꽃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나답게’ 잘 살아간다. 하지만 세상의 잣대는 평균치를 향해 있다. 그 평균치를 기준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하고 됨됨이를 논하며 가치를 논하기도 하고 우열을 말하기도 한다.
‘꼴값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전적 의미로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다’이다. 그러니까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이라면, 여기에서 말하는 그 ‘생김새’는 썩 괜찮다. 혹은 봐줄 만한 신체나 인물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세상의 잣대에 의해 잘생겼다고 평을 받는 어느 누군가가 볼썽사나운 일을 저질렀을 때에는 ‘꼴값한다’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인물값’ 못한다고 말한다.
한편 세상의 보편적 잣대에 의해 못생긴 사람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관계에서 파장을 일으켰을 때 대부분 비아냥거리듯 흔하게 사용하는 말은 ‘꼴값한다’이다. 그러니까 ‘꼴값하다’라는 이 말은 못생긴 사람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주로 통용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내가 사는 이곳, 군산 특산물로 ‘박대’라는 생선이 있다.몸과 머리는 옆으로 매우 납작하며, 눈은 매우 작고 몸의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날쌔보이지도 않고 귀여워보이지도 않으며 신비함은 더욱 찾을 수 없다. 마치 비 젖은 딱지처럼 바닥에 찰싹 붙어 있는 초라한 모양새다. 지느러미 또한 한때 바닷물과 조우했다고 보기엔 엉성할 뿐만 아니라 가슴지느러미조차 없다.
그러하니 누가 봐도 못생긴 생선이라 치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외모로 미식가의 구미를 당기거나 시선을 끌 리는 더욱 없는, 그야말로 ‘꼴값’ 제대로 할 것 같은 생선인 것이다.
만약 박대가 이 말을 듣는다면 얼굴을 붉힐지 모른다. 항변할지도 모른다. 외모로 평가하는 나쁜 버릇은 어디서 배웠느냐고, 이 세상에 얼굴 내밀고 나온 이상 가치 없는 것은 없노라고 목소리 높일지도 모른다.
또한 ‘나처럼 열량이 낮고 비린내가 적으며 칼슘 함량이 높고 철분이 많아 골다공증과 뼈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생선도 드물다.’고 훈계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박대, 가시 바르기 용이하고 담백한 고단백 생선이다. 어찌 이를 두고 ‘꼴값한다’ 하겠는가. ‘꼴’에 맛은 괜찮다 하겠는가.
생명을 지닌 모든 것, 그것이 꽃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 없다. 외모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바른 사람살이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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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