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시론]벽사진경(辟邪進慶)2021-04-19 10:26:38
조상훈(전통타악연주자, 동남풍 대표)
우리민족은 세시 풍속으로 나쁜 기운을 쫒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하는 벽사의식을 행해왔다.
민가에서는 호랑이나 용을 그린 그림을 대문에 내붙였고 지신밟기를 했다. 궁중에서는 설날 하루 전에 역신을 물리치는 처용무를 추었는데, 이처럼 우리 주변에 흔하게 일어나는 질병과 재앙을 한바탕 놀이로 풀어내며 공동체의 결속과 화합을 다졌다.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에는 전국 각 지역에서 대보름굿이 펼쳐졌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의를 시작으로 풍년농사를 바라는 풍물굿이 어우러졌다. 땅의 기운을 북돋는 지신밟기를 하고 마지막에는 쥐불을 놓아 농사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박멸했다.
지난 대보름 각 지역에 있는 풍물패들이 나라 터밟이를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라의 경사나 위기가 있을 때, 꽹과리, 징, 장구, 북을 메고 우리는 광장에 나갔다. 코로나는 어찌 보면 역신의 모습으로 찾아와서 사회 전반에 위기를 가져왔다. 이런 때에 악기를 메고 나날이 변해가는 자연을 찾아 터밟이를 하려는 것이었다.
강의 발원지를 찾아 샘굿을 치자! 샘물을 퍼 담고 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합수를 하며 잃어가는 생명력이 회복되도록 신명을 울려보자.
군산의 금강하구언은 금강의 물이 흘러온 종착지면서 바닷물이 드나드는 서해의 시작점이다. 물줄기를 살려 그 속에 살고 있는 뭇 생명들에게 관심을 갖도록 목청 돋게 외치고 힘찬 풍물소리로 사람들에게 알리자고 했다.
연일 코로나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기후변화는 심각하고 환경오염은 우리 주변을 보면 얼마든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위기의식보다도 타성에 젖은 채, 우리는 자연 속에 있는 기운의 변화에 둔감해진 것은 아닐까? 우리가 나이를 먹어가며 기운을 잃어가는 것처럼 세상도 시간의 흐름에 기운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간의 삶이 자원을 낭비하고 각종 개발로 생태계를 파괴하며 자연환경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삶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는 음식을 먹어야 산다. 단식을 해도 몇 주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시지 않으면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식수와 농업용수의 원천이 되는 지하수의 오염이 심각하다. 인간의 활동으로 나쁜 기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살풀이로 나쁜 기운이 물러가고 고사덕담告祀德談으로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의식과 놀이를 하며, 나쁜 기운이 물러가도록 기원을 했고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이 아닌 응어리를 풀어내는 화해를 마을 구성원들 간의 결속으로 이끌어 냈다. 제의와 놀이는 일상적인 삶에 필요한 일부다.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 좋은 기운을 얻도록 실천을 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찾아 먹듯이 정신을 가꿀 수 있는 좋은 일을 찾아서 행해야 한다. 남을 돕는 일보다 남을 속이지 않는 일이 좋은 기운을 만드는 비법일 것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정신이, 물질을 낭비하지 않는 정신이, 남의 일을 돌봐주거나 자신의 일을 하는데 실수하지 않는 정신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이하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본뜻이 아닐까.
※본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soma7000@naver.com)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