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들은 소요유逍遙遊를 즐길 때, 봇짐에 차 도구와 붓, 벼루, 먹과 호리병을 넣고 다니다가 맑은 물로 찻물을 끓이고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면서 詩를 지었다. 이러한 기록은 추사 김정희의 茶詩에서 알 수 있고, 茶山 정약용과 초의 스님이 스승과 제자로 살았던 만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자연 그대로의 공간, 누각이나 숲속 어디든지 찻자리가 되었다
모환문이 엮은 <만보전서萬寶全書> 중 다신전(茶神傳)에서 飮茶 以客少 爲貴 客衆則喧 喧則雅趣乏矣 獨?曰神 二客曰勝 三四曰趣 五六曰泛 七八曰施라 했다. 이는 ‘차를 마실 때에 사람 숫자가 적을수록 고귀하다. 차 마시는 사람이 많으면 소란스럽고 차를 마시는 고상한 취지가 사라진다. 혼자 앉아 마시면 신비롭고, 두 사람이 함께 마시면 고상하고, 서넛이 마시면 그냥 취미가 되고, 대여섯이 모여 마시면 그냥 평범하고, 예닐곱 이상이 모여서 마시면 서로 찻잔을 주고받는 것일 따름이다.’로 풀이 된다.
茶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어서 자연, 종교, 예술적 본질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하여, 茶人들이 정신세계를 느끼고 깨닫기 위해 정진하는 이유도 茶의 맑은 정신 속으로 몰입하기 위함일 것이다.
茶가 아름다운 까닭은 무엇일까? 차나무를 가꾸고, 찻잎을 따는 순간부터 아홉 번 덖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차인의 세심한 정성 그리고 혼을 담아 우려내는 차인의 마음에서 우리는 맑은 심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수많은 풀잎과 나뭇잎 중에서 차는 인간의 정신생활에 특별한 효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신을 맑게 해주고, 혈액생성과 이뇨작용利尿作用에도 크게 기여함으로써 인체에 기氣가 머무르게 하는 약으로 쓰인 것이 차의 시작이었다. 차는 일반적인 채식문화와 달리 정신세계와 관련이 있음으로 인해 그 예절의 엄격함이 요구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차례는 전통적으로 제천의식이나 제사의식에서 술이 아닌 차를 제사상에 올렸다. 그러던 것이 조선시대에 들어서 유가철학의 영향으로 차 대신 술로 바뀌었다. 중국의 차예茶禮는 역사와 전통에 따라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일본 다도茶道는 조선 불가佛家 대흥사 초암선사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차나무에 몽우리가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곡우穀雨 이전에 딴 찻잎을 우전雨前이라 하고, 이후에 따는 찻잎을 참새의 혓바닥만하다 해서 세작細雀이라 하는데, 차 맛의 으뜸으로 즐기고 있다.
육우는 다경茶經에서 ‘차는 맛이 차가워 행실이 한결같고 정성되며 검소하고 덕이 있는 사람이 마시기에 가장 알맞다’라 하였다. 소요유를 즐기기에 알맞은 따스한 햇살이 정겨운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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