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첫 발을 내딛을 때 흔히 ‘교편을 잡는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 교편은 교사가 수업을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를 말한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지휘봉과 같은 것이다. 한자로는 가르칠 교(敎)와 채찍 편(鞭)을 쓴다. 채찍을 들어 가르친다는 뜻으로 본다면 지휘봉보다는 회초리로 해석을 해야 맞다.
회초리란 뜻을 가진 말이 또 있다. 바로 초달(楚撻)이다. 회초리 ‘초’와 매질할 ‘달’을 쓴다. 가느다란 싸리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일컫는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자식을 서당에 맡길 때 싸리나무 회초리를 한 다발 만들어 훈장에게 바쳤다고 한다. 자식을 잘 가르쳐 달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초달(楚撻)이라 하는데 아마도 교편의 조상 쯤 되는 셈이다.
중국 한나라 역사학자 ‘사마천’이 쓴 ‘사기’에 자모유패자(慈母有悖子)란 글이 있다. ‘자식 사랑이 지나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는 버릇이 없다’라는 말인데 회초리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한 나라 때 ‘한백유’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으며 자랐다. 아무리 종아리가 아파도 얼굴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그 회초리 속에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종아리를 맞던 그가 눈물을 흘렸다. 어느 때처럼 매가 아프지 않아서이다. 매가 아프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어머니가 쇠약해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백유’에게 있어 회초리는 애틋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고 가르침이자 효를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였다. 고사 ‘백유읍장’또는 ‘백유읍태’의 유래이기도 하다.
집안 조카가 교사생활을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정년 나이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궁금했다.
엊그제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왜 명퇴했냐고요? 명퇴가 아니고 선생질 때려 친 것입니다.”
평교사로 근무하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가 자신의 천직을 말함에 ‘선생질’이라고 거침없이 내뱉는다.
인터넷에 선생님 놀리기와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나돌고 심지어 교사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으며 대드는 장면까지 유포되고 있음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혹여 그런 일을 당해서일까?
명예퇴직을 결심한 조카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사교육이 없는 독일은 교사들이 온전히 교육을 책임진다. 그런 만큼 교사들에게 주어진 교권은 대단하다. 수업 시간 태도를 보며 평가를 하기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
우리 교사들은 교권을 사교육에 떼어주고 여차하면 학교까지 달려오는 학부모 때문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훈육조차 하지 못한다. 사교육 시장 규모가 공교육을 앞지르는 우리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더 잘 가르치고 의사소통도 학원이 더 잘되고, 학생에 대한 관심도 학교보다 학원이 더 많다고 반응한다. 이러하니 공교육 현장에서 지식과 열정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안주하는 교사들의 안이한 자세에 반성이 있어야 한다.
변화 없이는 따라갈 수 없는 세상이니 변화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다.
교사에게도 변화와 경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실력 있는 교사로 변해야 스스로도 살고 공교육도 살릴 수 있다.
교편(敎鞭)과 초달(楚撻)이 없는 현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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