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따라 자전거길 오른편은 포켓공원이고 왼편은 강변길이다. 포켓공원은 소나무와 낙엽송 사이사이에 꽃밭이 조성되어 봄부터 운치를 자아낸다. 강변길은 밀물 때 손에 잡힐 듯 넘실대는 파도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의 건강한 근육질이 코로나19로 나약해진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 준다.
포켓공원에 만발한 금계국이 주변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자전거 행렬을 열렬히 환영하는 듯 미풍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강변길을 걷던 연인이 사진 찍고 손뼉 치며 꽃에 흠뻑 빠진다. 꽃 잔치일까 사람 잔치일까. 꽃과 사람의 어울림이 보기 좋다.
간밤에 한바탕 휘몰아친 세찬 비바람에 금계국은 거의 다 눕다시피 했다. 어제까지 그 화려했던 자태가 일순간에 무너진 모습이 안타깝다. 쓰러진 꽃대는 한눈에 봐도 밀식에다 영양부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해 아주 나약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꽃대 바로 밑에 수많은 금계국 새싹들이 엉키어 자라고 있다. 꽃밭이라고 주어진 좁은 땅에서 해마다 수많은 꽃씨가 떨어져 어렵게 싹을 틔우지만 뿌리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햇볕도 제대로 들지 못해 성장이 오랫동안 멈춘 듯하다.
금계국은 스스로 꽃씨 양을 줄이거나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농작물은 농부가 일정 간격을 유지하고 솎아주지만 금계국에게 이런 대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물고기가 많은 알을 낳는 것은 생존율이 아주 희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금계국은 수많은 꽃씨를 생성하고 생존율까지 아주 높은 편이다. 그런데 정작 꽃씨를 퍼뜨리지 못하고 해마다 일시에 아래로 쏟아 내리니 좁은 땅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자리다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금계국은 다른 꽃씨에 비해 씨를 퍼뜨리는 재주도 없는 것 같다. 민들레 꽃씨처럼 바람 타고 멀리까지 날 수도 없고, 봉숭아처럼 꼬투리가 열리면서 탁 튀어 퍼져 나갈 줄도 모른다. 도꼬마리처럼 움직이는 동물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더 멀리 가려는 요령도 없다. 참깨가 막대기로 두들겨 맞고 가마솥에 볶여도 종자는 반드시 남겨 다음 해 심어주는 것처럼 소중한 대접도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나 짐승이 먹고 옮겨 주지도 않는다. 익은 꽃씨는 오롯이 꽃대 밑으로 쏟아져 내릴 뿐이다.
금계국 꽃대 밑 수많은 새싹을 보면서 문득 서울 집들이 생각난다. 사소한 꽃과의 비교가 비약적이고 억지인 것 같지만 그런데도 자꾸 연상되는 것은 왜 일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이 풀기 어려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을 우울하게 한다. 무슨 놈의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식을 뛰어넘는 고공 행진을 한단 말인가. 일부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정상적인 사람의 일부분일까. 서울 하늘 아래 사는 서민들의 시름이 금계국 꽃씨 되어 나에게 하소연하는 느낌이다.
무심코 지나쳐 버릴 만한 소소한 것들에 눈을 돌리니 생각지 못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삶의 매듭이 풀리지 않아 아주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는 아픔들이다. 꽃이 아름다워서 꽃씨를 받는 것만은 아니다. 좁은 땅에서 살고자 발버둥치는 새싹들을 보면서 한 알의 씨앗이라도 주변의 너른 공터나 버려진 텃밭, 드넓은 산자락에 뿌려 주고 싶어서이다.
그렇듯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주면 내 집 마련에 고심하는 서민들의 마음에 조금의 위안이라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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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