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했다.
“난초가 깊은 산 속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아예 향기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뭔가 족적을 남기지 않아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 자체가 향기 나는 흔적일 수 있다.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은 남길 것이 없다 해도 그리 자책할 필요도 이유도 딱히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는 재능 또는 영향력을 가졌다면 남길 수 있는 뭔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태백’의 “하늘이 필히 쓸 곳이 있어서 나를 낳았다”라는 말 ‘천생아제 필유용(天生我在 必有用)’이 있다. 자신이 최고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필히 쓸 곳으로 삼아 평생 업으로 하면 최대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이름이 있는 작품으로 사후에도 명예는 물론 사랑까지 받는 사람이 있다.
2013년 9월 아깝게 타계한 최인호 소설가도 이런 축복받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별들의 고향’ ‘상도’ ‘잃어버린 왕국’ 등 수많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재능에 감사하고 그 재능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작가가 된 것에 감사했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다. 역으로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면 이는 크나큰 상실이 아닐 수 없다.
친분이 있는 지인이 아니라도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나 마음이 고운 사람이 병에 걸렸다하면 가슴 아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인호 작가를 생각하게 되는 이유도 그의 작품 속에 주로 등장하는 아내와 손녀에 대한 사랑이 어느 남편과 할아버지의 마음과 전혀 다르지 않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 향취가 묻어나와 읽는 사람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월간 ‘샘터’에 1975년부터 시작해 2009년 10월까지 장장 35년의 대장정을 기록한 연재 ‘가족’은 세월만큼이나 사람냄새 풍기는 농익은 글이 대부분이다. 아프지 않고 죽지 않았다면 계속 이어질 것인데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큰 아쉬움이 남는다.
투병으로 ‘가족’을 중단하면서 대신 ‘인연’이라는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타인과의 소중했던 관계를 적어나간 글로써 사랑 표현의 또 다른 연장이다. 삶이 마감됨을 느꼈기에 ‘죽음이 이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울 때가 되었으니…’하고 ‘인연’의 첫 장에서부터 숙연해지는 인간내면을 표현한다. 그렇게 한 인간의 삶이 정리되기에 헤어짐을 표현한 글 대목들이 단순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의 소설 ‘가족의 뒷모습’ 편 ‘사랑해’에 나오는 글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사랑해, 처음에는 웬 생뚱맞은 소리냐고 핀잔주던 아내가 자꾸자꾸 반복해서 말하자 세뇌되어 중독성이 생겼는지 내가 사랑해하고 말하면 알겠다고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나도 하고 답한다.”
소소한 소재인데도 그의 손을 거치면 이야기가 되고, 미소가 되고, 여운이 되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대변자가 된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야 할 기쁨을 더 전해 주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삶 그 자체와 모습이 그리워진다.
‘프로스트’의 시 ‘자작나무’ 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잠시 세상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오래 살아 자기 몫을 하면서 ‘모두에게 주어야 할 기쁨이, 보여줄 것이 남았는데…’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 세상에 쓸 곳이 있는 것이다. ‘천생아재 필유용(天生我在 必有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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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