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사람’이 직업보다 우선한다는 말이 내포되어 있으리라. 더 깊숙이 생각해 본다면 사람의 ‘됨됨이’가 우선이며 직업을 대하는 자세, 만족도,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행하게도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단지 우리는 그리 생각하면 안 된다는, 그러니까 의식적으로라도 자꾸 깨어 있어야 하기에 이런 말을 되뇌는지도 모른다.
연장선상에서 보면 종교 사상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 등도 무한히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성경이나 경전, 구도자를 내세워 대중의 의식을 깨우게 하는 것이리라.
물론 직업에 귀천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까닭이다. 어떤 일을 하든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다만 직업에 따른 자신의 만족도 내지는 성취감은 존재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귀하다고 여기는 직장은 힘들이지 않고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것일 테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일의 만족도가 낮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눈높이에서만 귀한 직업이 되고 말 것이다. 반면에 비록 3D 업종의 일일지라도 자신이 즐기고 만족스러우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귀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펜데믹으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 마트나 쇼핑 장소에 가기 꺼려한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물건 구입이 늘어나 택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시간대별로 택배 회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든다.
그런데 눈에 띄는 택배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천천히 걷는 법이 없다. 택배상자나 물건이 든 비닐 봉투를 들고 뛰다시피 한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이 펜데믹 상황 속에서 불편함은 오로지 소비자 개개인의 몫이 되고 말 일이다.
얼마 전 택배 대란을 맞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어느 아파트가 이슈화된 적이 있다. 입주민이 사고 위험을 이유로 택배 차량을 지하로만 이용하라고 지상의 통행을 막으며, 소위 갑 행세를 했다는 것, 택배 회사 직원은 갑의 횡포에 도로 위에 택배 물건을 쌓아두고 맞섰다는 것이다.
시공사의 잘못도 입주민의 잘못도 택배 회사의 잘못도 있겠으나 사회적 여론은 약자인 택배 회사 직원의 입장에 서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열악한 환경과 근무 조건임에도 그들의 택배 배달, 수거 비용이 1000원 안팎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그들이 묵묵히 땀 흘리는 이유는 개인의 가정에서 귀한 자식이요, 누구의 남편과 아내이며, 누구의 아빠와 엄마이기도 한 까닭이다.
성실히 일하는 그들이 힘든 일을 한다 해서 천한 직업이라고 얕보는 사람이야말로,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천박한 사고방식의 소유자이다. 물론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그렇다해서 원인과 결과만을 놓고 잘잘못을 따진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자신만큼은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고야 말겠다는 이기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면,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하찮은 사람들의 시선 따위가 무엇이 문제랴.
초록의 계절, 어디서든 묵묵히 땀 흘리며 보람차게 사는 이들에게 초록의 넓이만큼,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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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