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암 시인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 어떤 진실보다 우선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특히 소비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직접 매장을 방문하여 물건을 사기보다는 배달을 선호하고, 음식점을 직접 방문하여 음식을 먹기보다는 배달 음식으로 대체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어른들은 이렇게 달라진 주변 환경을 십분 이해하지만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은 그야말로 보는 것이 믿는 것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이웃 할머니가 다섯 살 손녀에게 장난삼아, 무엇무엇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서 못 사겠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아이의 대답은 “택배 아저씨에게 갖다 달라고 해. 그러면 다 갖다 주잖아.”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그 아이는 소비자가 선지불해야만 택배 아저씨가 주문한 물건을 배달해 주는 걸 알 리가 없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에는 원하는 것을 그대로 안전하게 배달해 주는 택배 아저씨는 어쩌면 가족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인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어김없이 가져다주는 산타클로스 정도가 아닐까. 먹는 음식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책, 의류, 신발, 장난감, 인형, 놀이기구 등, 원하는 것 모두를 택배로 전달받으니 아이들의 눈에 비친 택배 아저씨가 코로나 시대 산타클로스인 셈인 것이다.
이제 산타클로스는 특정한 날에만 빨간 옷을 입고 오지 않을 것이다. 굴뚝을 타고 오지도 않을 것이다. 밤이나 새벽에 오지도 않고 대낮에 회사 이름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루돌프 대신 어마어마한 트럭에 집집마다 나눠 줄 선물을 가득 싣고 나타날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눈에 비친 택배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마음씨 좋은, 거기에다 능력 많은 아저씨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어린아이들은 장래희망으로 산타클로스 택배 아저씨를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산타클로스 아저씨는 힘들어도 항상 웃는 얼굴을 해야 한다. 만약 투덜대거나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린아이의 꿈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노동의 가치와 힘듦을 스스로 깨우칠 나이가 될 때까지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지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 요구사항은 그들의 다량 업무에 너무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앞서 진정한 소비자라면 산타클로스 대행 역할을 하고 계신 전국 택배 아저씨들의 노고를 생각하여 그들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여름이면 시원한 얼음물이나 음료수 한 캔을, 겨울이면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형편껏, 성의껏 건네주는 일,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 무렵, 전국의 택배 아저씨들, 배달하시는 분들이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는 것도 좋겠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손뼉 치며 맞이할 특별한 산타클로스 말이다.
그 시간이 온다면, 해가 지기 전까지 도로마다 빨간 모자 물결, 아이들의 미소가 자라는 시간이 될 것이다. 문 앞에 메모와 함께 한 캔의 따뜻한 음료, 행복이 자라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시간을 기다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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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