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암 시인, 군산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전담교수
연말연시가 되면 대부분 전화나 연하장, 문자 등으로 특별한 안부를 주고받는다. 고맙고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안부의 양에 있어서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것은 내 마음에 그물을 던지는 방법이 달라졌음에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연말연시 안부 방법은 그야말로 쌍끌이식이었다.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으나 인품적으로 존경할 만한 분들, 지인들 중 연세가 있는 분들, 상대는 어찌 생각하든 가깝다고 느껴지는 분들, 애경사를 꼭 챙겨주고 싶은 분들, 물심양면으로 신세를 졌던 분들,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소통하고 싶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안강망식 안부로 대신한다. 일 년 내내 마음 안에만 고여 출렁였던 이름보다는 주기적으로 소통을 하거나 만나면 마음 편해지는 사람들로 축소된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의 이미지나 이름을 떠올렸을 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안부 방법이 달라졌다고 해서 기존의 사람들을 마음으로부터 깡그리 지운 것은 아니다. 일종의 거리두기인 셈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넘치는 것보다는 약간의 부족함이 주는 풍요로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세월 탓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 탓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묻지 못한 안부가 연말이 지나고 새해 첫째 주가 지날 무렵쯤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생각한다, 각각 어떤 사유가 있겠지만 상대의 기억 안테나에 자주 잡히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상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기어코 반성한다.
법정 스님은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글 중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리라
악연이 아니라면 굳이 안부 방법을 따져 무엇하랴. 잊힌 듯 기억하는 듯 살아가지만 마음 가는 곳이면 어디든 안부가 닿지 않으랴. 그것이 쌍끌이식이든 안강망식이든 절충식이든 마음에 고여 출렁이는 이름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먼저 안부를 건네는 게 좋을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조차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 아니다. 그렇다면 ‘마음에서 멀어지면 만나기 더욱 어려워진다’는 말도 성립되리라.
다시 내 마음에 그물을 던진다.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갔던 많은 이름들을 호명한다. 지금 어느 바다에서 어떤 형태로 유영하든 상관없이 새해, 모두 안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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