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철 수필가
나만 그러는 지 모르겠다. 자동차 때문에 드는 돈은 왜 그리 아깝고 허전하고 속이 상할까. 아무래도 나이 들어감에 따른 자신감이 결여된 운전 불안에서 오는 초조함 때문인 것 같다.
오랜만에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한 일이 있다. 퇴임 후 운전을 자주 하지 않아 내 딴에 장거리 운전이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일단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안전 운전’을 몇 번이나 속으로 다짐했다. 주행도 될 수 있으면 2차선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무난히 다녀왔다.
며칠 후 등기우편 한 통을 받았다. 살면서 어쩌다 등기 우편을 받으면 웬일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도 모르게 무슨 큰 죄를 지었나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니 내 차 번호판 사진이 선명한 교통법규 위반 통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반한 기억이 생각나지 않아 자세히 장소를 유추해 보니 분명 자동차 전용 도로는 아니었다. 전용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진입하여 얼마 되지 않은 지점이었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달린 속도감을 깜박 잊고 일반 도로를 달리다 과속하여 시쳇말로 카메라에 딱 걸린 것이다.
평소 지론이 ‘고름이 피 안 된다.’는 신념으로 살았기에 다음 날 가까운 경찰서 민원실에 갔다. 민원실 담당자는 과태료이니 일반 시중 은행에 내도된다 했다. 범칙금이라면 경찰서에 내는데 그러면 벌점을 받을 수 있다 했다. 친절함이 몸에 밴 안내 말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과태료와 범칙금? 삼십년 넘게 차를 운전한 내가 과태료와 범칙금을 잘 모르다니 한편으로 창피 했다. 얼른 민원실을 나왔다. 곧바로 가까운 농협에 가서 이천 원을 더하여 납부했다.
과태료와 범칙금, 과연 어떻게 다를까. 과태료의 사전적 의미는 공법에서,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게 벌로 물게 하는 돈이다. 벌금과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 위반에 대하여 부과한다. 범칙금은 도로 교통법의 규칙을 어긴 사람에게 과하는 벌금이다. 다시 말해 과태료는 운전자 아닌 차주에게 부과하는 것이고 범칙금은 실제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이다.
과태료와 범칙금은 어떤 상황에서 부과될까. 핵심은 운전자를 특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린다. 보통 과태료는 무인 단속카메라 즉 속도 위반이나 갓길 위반, 불법 주정차 등에 부과한다. 범칙금은 경찰한테 직접 단속되는 경우이다. 운전자 특정이 가능하다. 신분증 보여 달라 하면 100% 범칙금 처분이다.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 위반, 안전 띠 미착용,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등으로 현장 단속하는 경우 범칙금이 부과된다.
과태료와 범칙금을 안 내는 방법은 없을까. 과태료는 납부 기한이 비교적 넉넉한 반면 범칙금은 짧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과태료를 내는 게 유리하다. 범칙금은 보통 10일 정도에 불과한데 이 사이에 내지 않으면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2차 기한이라고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때 가액이 20%나 붙는다. 그래도 안 내고 버티면 이제 즉심으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과태료와 범칙금을 안 내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운전자가 그걸 모른다면 불행한 일이다.
과태료와 범칙금 둘 다 안 내는 방법은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서 안전 운전을 하면 내지 않아도 된다. 아주 간단한 일이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