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내초동에는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 1858.2.6~1902.6.11)의 죽음을 기념하는 장소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화 기반을 세우고 훗날 대한민국 건국 기틀 마련에 공헌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그가 설립한 배재학당은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미국정부 훈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을미사변 이후 다른 선교사와 함께 고종을 경호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관한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한국인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러나 그는 갑작스런 죽음으로 뜻을 다 이루진 못했다.
1902년 6월 1일, 일본 철도노무자들이 그와 사무엘 무어를 구타했다. 미국공사관에서 일본에 항의했고, 증인으로 아펜젤러가 출두하게 되면서 제물포에서 목포로 향하게 되었다. 11일 경 어청도 앞바다에서 그가 승선한 구마카와마루를 선박 기소카와마루가 들이받아 침몰했고 아펜젤러는 조선인 일행을 구하려다 익사했다.
당시 일본신문 보도와 7년 반 동안 아펜젤러 가족이 일본 측에 소송을 진행한 기록을 종합하면 기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인한 죽음이었다. 최신 선박인 스미다카와마루가 갑자기 폐선 직전의 오사카상선의 구마카와마루로 대체 운행되었다. 피해선인 구마카와마루 선장은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고, 가해선은 선원들만 구조한 채 구조에 소극적이었으며, 구조군함은 현장에 정박만하고 있었다. 사망한 조선인 전원은 아펜젤러 일행 전원이다.
아펜젤러 시신은 현재까지도 인양되지 못했다. 2002년 내초교회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건축기금을 모아 아펜젤러 순교기념교회를 세우고 그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오사카상선회사는 자회사와 일본해운업체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판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7년 반 동안 막대한 비용을 들여 배상책임 회피에 노력했고, 아펜젤러 가족들은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장남 헨리 닷지 아펜젤러는 아버지 죽음에 상처입고 방황했으나 1920년에 결국 조선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세운 배재중고교 교장으로 자신의 삶 전부를 우리 민족을 위해 바쳤다. 1940년 일제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당했으나 해방 후 다시 내한, 6·25전쟁 중 부산에 피란학교를 설립하고 전쟁고아를 돌보며 한국사회 복구에 공헌했다. 그러나 1953년 미국 뉴욕으로 요양을 떠났다 그해 12월 1일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내가 죽으면 미국이 아닌 한국 땅에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
장녀 앨리스 아펜젤러는 명문 웰슬리 대학을 졸업 후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이화학당으로 돌아와 여성 교육과 복지,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인 지식인들마저 한국여성의 고등교육은 시기상조라고 하던 때 앨리스는 고등교육과정을 대학과정까지 연결해 다양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이화여자전문학교로 총독부 인가를 받았다. 막내인 메리 엘라 아펜젤러도 이화여대 교수로 헌신했다.
아펜젤러의 후손들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아펜젤러의 조선 파송·입국 관련 사진, 유품 등 귀중한 역사적 자료들을 군산시 내초동의 아펜젤러 순교기념교회 전시관에 아낌없이 기증했다.
호국의 달에 아펜젤러의 유품을 보며 ‘대를 이어 우리민족에 전 생애를 바쳐 헌신한’ 아펜젤러 가문의 숭고한 정신을 되돌아보는 6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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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