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아이들 셋을 키우면서도 세탁기를 살 수 없어서 겨울철에도 손빨래를 해야 하는 형편에 중고 세탁기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당장 달려가서 주인을 만났는데 그 집은 규모가 대단하고 여러 가지 가전제품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집 주인은 한켠에 내놓은 세탁기를 보라고 하면서 마음에 든다면 아주 적은 돈만 받고 내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고맙다고 하면서 혼잣말 비슷하게 자신의 형편을 한탄했다. “우리 아이들은 세 명이나 되는데 모두가 아직 어리고 개구쟁이들이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빨래를 해야만 해서 여간 힘 드는 형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혼자 웃었다.
그런데 가만히 서서 이야기를 듣던 부인이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른 아이들의 아버지는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범한 것이 아닌가하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주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해하십시오, 우리에게는 열세 살 먹은 딸아이 하나가 있는데 태어 난 후로 단 한 번도 걷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의 아버지는 마치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달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쏜살같이 달려 나와서 우리 집에도 세탁기 있게 되었다고 소리치는 세 명의 아이들에게 둘려 싸여서 멍하니 서 있다가, 아이들에게 “세탁기가 그렇게도 좋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합창을 하듯이 세탁기보다 아빠가 훨씬 더 좋다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세 아이들이 아빠의 팔에 매달려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이들의 아버지는 지금까지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행복이 물밀듯 밀려드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자신은 건강하고 섬세한 아내와 건강하고 똘똘한 세 명의 자녀들이 있으며 자신은 누구보다도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격스럽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한번쯤 짚어야 할 과제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곧 “나는 과연 가난한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가난이라는 과제를 생각할 때에 무엇보다도 재물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보는가 하면 또한 명예나 권세의 유무를 따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파트가 유명 브랜드인가 또 몇 평인가 직장은 괜찮은가 현금은 얼마나 저축하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또한 수치로 볼 때 많고 적은 것이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의 눈이 열려지면 가난이나 행복의 조건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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