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경험을 해보아야 부족함을 알게 된다고 하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결국은 맞다. 우리는 알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논어 학이편에 '여조삭비(如鳥數飛)'라는 말이 있다.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수없이 날갯짓을 반복하는 것처럼 배우기를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혀야 한다. 무엇이고 모르면 배우는 것이 삶의 수단이며 지혜이다. 세상은 배워둬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단 도덕에 위배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또한, 배울 때는 노력과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대충 배운 것은 언젠가는 다시 배워야 한다. 그래서 배울 땐 제대로 배워야 한다,
맹자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어머니의 교육열에 공자 손자인 자사의 문하에 들어가 공부하게 된다. 그런데 공부를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온다. 어떻게든 아들을 공부시켜 큰 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어머니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가 "공부는 마쳤느냐?" 고 묻자 맹자가 "아닙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왔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어머니는 즉시 칼을 들어 짜고 있던 베틀의 베의 날실을 자른다. 맹자가 놀라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 라 하자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네가 공부를 중단하는 것은 내가 오랫동안 고생하며 짜던 베를 자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맹자는 그 길로 돌아가 학문에 전념해 큰 학자가 되어 공자 다음으로 추앙받는 사람이 된다.
맹자는 항상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시대를 살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꺾이지 않았다. 어려움이란 새로움의 시작일 뿐이다. 어려움을 이겨낸 자만이 새로운 단계 새로운 세상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얼마나 능동적이냐, 소극적이냐의 문제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은 이렇게 말한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똑똑한 종도 아니고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빌 게이츠도 같은 말을 한다 "나는 힘이 쎈 강자도 아니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비결이다."
애써 눈을 감고 모르는 체 방종 하는 사람과 순간순간 변화에 깨어 있으면서 당당히 맞서는 사람의 차이는 각도계 눈금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늘 깨어 있는 삶의 모습이다. 무상(無常)이라는 뜻도 항상(恒常)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의 모습에 잘 적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생은 얼마나 살았나 보다, 어떻게 살았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살았냐보다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결국은 살아온 날보다도 살아갈 날이 중요한 것이다. 변화에 수긍 못 하면 퇴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변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그저 머무르게 될 뿐이다.
힘차게 흐르던 물이 구덩이를 만나면 멈추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 상처만 남을 뿐이다. 물이 가득 채워져 넘쳐흐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사람의 그릇은 이처럼 구덩이에 빠진 고난과 시련과 역경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이는 구덩이에 갇혀 있는 자신을 할퀴고 절망에 빠져 자포자기하는데 어떤 이는 물이 구덩이를 채워 넘쳐흐를 때까지 마음을 다잡아 재기를 노려 오히려 구덩이에 빠지기 전보다 잘나가는 사람이 있다.
'세한도'를 그린 조선시대 붓글씨 대가 추사 김정희를 봐라. 35세에 과거 급제해 병조참판까지 잘나가다 모함에 빠져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떠나게 된다. 그는 삶의 구덩이에 빠진 걸 한탄하지 않고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쓰는 일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의 대가 정약용은 전남 강진에서 18년이라는 길고 긴 귀양살이를 하게 된다. 역경과 시련과 절망과 분노를 극복하면서 책을 쓰기 시작한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대작과 수많은 저서를 남겨 후대에 삶의 지표를 남긴다. 그에게 구덩이는 구덩이가 아니었다. 그저 구덩이로 인한 변화가 기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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