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仲秋節), 중추(仲秋)라고도 불리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대체로 공유한다. ‘한가위’라는 순우리말이 있는데 그 뜻은 음력 8월 한가운데 큰 날이라는 것으로 신라시대부터 쓰여졌다고 전해진다. 

일년 농사를 돌봐준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온 가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송편을 빚어 이웃과 함께 먹으며 정을 나누는 추석을 ‘농가월령가’에서는 “북어쾌 젓조기로 추석 명절 쇠어보세. 선도주, 올벼, 송편, 박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먹세”라는 대목이 나온다. 전통의 명절 추석에 가족이 만나고 넉넉하게 음식을 장만하고 이웃과 나누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추석의 의미를 함축성 있게 표현한 말이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이 감사와 나눔을 통해 공동체가 하나된다는 점에서 명절 중 명절이라 하겠다. 

올 추석은 주말과 겹쳐 있어 실질적으로 쉬는 날이 짧으며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아직 여름이 잔상이 곳곳에 남아서인지 명절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는다. 

더욱이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에 뒤숭숭한 정치권, 115년 만의 집중 폭우는 수도권과 일부 지방에까지 인명과 재산 손실이 있었다. 이들의 추석을 맞는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예측 가능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또한 불안하다. 추석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그 또한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정치고 정치인이다. 먼 역사에서 답을 찾아보자. 조선시대 성군을 뽑으라면 단연 세종(4대) 임금이다. 즉위 12년인 1430년 불합리한 세제를 개혁하기 위해 백성들의 의견을 묻는다. 3대에 걸친(태조, 정종, 태종) 선왕들에 의해 탄탄한 왕권이 확립된 때이다. 계획대로 밀어붙이면 될 일인데 “우선 백성들의 생각을 알아보라”고 명한다. 

일일이 관리들을 파견해 전국 17만 여 명에게 질문을 한 결과 반대보다 찬성이 2만 여 명이나 더 많았다. 그러함에도 세종은 곧바로 세제게혁에 나서지 않고 반대하는 백성들의 입장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찬성이 다수라해도 새로운 세제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소수의 민심도 보듬어야 된다는 세종의 ‘민본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 취임 4개월이 되는 지금 국민들이 오히려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정책다운 정책을 내세워 실행할 때인데도 정치권 정쟁만 계속되고 있다. 

추석 민심이 이반되지 않도록 공정과 상식, 상생의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하나로 뭉쳐 단합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 왔다. 

여기저기 우울한 이야기들이 떠도는 가운데에 떠오르는 휘엉청 밝은 보름달이 울적한 마음을 얼마나 달래줄 수 있을까!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물음이 있었다. 취직은 했는지, 결혼 계획은 없는지, 아이는 언제 낳을 것인지 등등 세세하게 물었지만 어려운 삶을 살아가다보니 미처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에 친척도 과거의 친척이 아니며, 가족도 예전의 분위기가 있는 가족이 아니고 추석도 과거의 추석이 아닌 것 같다. 

최악의 불경기 속에 혹여 추석 명절의 주제가 정치에 관한 것이라면 부디 서로서로 금하고 이념이나 세대간에 지나친 갈등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추석 명절 의미 그대로 음복하고 송편과 산적을 먹으며 가족과 정 나누고, 아내만이 부엌일에 매달리는데 남편은 TV에만 관심을 보여서 혹시나 일어나는 부부갈등일랑 일으키지 말았으면 한다. 

이웃이 큰 수해의 슬픔에 잠겨 있는 때이기도 하거니와 어려운 시기에 절제의 미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이다. 

이런 분위기에 모두가 ‘나눔과 배려’의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