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되면 대한민국은 숨죽이며 특별한 일상을 보낸다. 그렇다. 수능일은 언제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1년에 가장 중요한 몇 안 되는 날로 인식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수능이 끝나고 합격자 발표가 이어지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화려한 합격자들의 이름이 현수막 천에 인쇄되어 나온다. 그러면 그들은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의 최후의 승자가 되고, 그곳에 적히지 못한 다른 학생들은 패자로 인식되었다.

 이는 지역의 주인인 시민으로서 그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닌 치열한 경쟁의 밀림으로 떠미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러한 현수막을 걸지 말자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관계 기관이나 학교에서도 동참하는 듯 보인다. 

 지역에 청년들이 없다고 어른들은 말한다. 그럼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일정 기간이 지나 성인이 되면 우리 지역 어른들은 그들의 등을 떠밀며 지역을 떠나도록 이끈다. 혹시라도 그렇게 지역을 떠난 친구들이 지역으로 돌아오면 그들에게 따가운 눈빛을 남발하며 거대한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 취급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미래인 청년들이 없다고 걱정한다.

 궁금증이 생긴다. 지역 어른들에게 이들은 어떻게 읽히고 있는가. 그들에게 있어 지역의 미래 청년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본인들은 청년 시절 지역의 미래 청년이었을까? 본인들 스스로가 패자로서 인식되었기에 본인들의 자녀들은 기를 쓰고 지역을 탈출하게끔 하지 않았을까?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작 지역 출신 청년들보다 이주 청년들이 더 많다. 이들은 더 많이 지역에 애정을 갖고, 지역을 톺아보며 갈무리하고 미래 먹거리를 고민한다. 최근 서울에서조차 청년 유출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다시 그곳을 떠나 유랑하게 했을까? 이는 경쟁이 삶이 되어 버린 서울이라는 곳에서 자기 성취감을 느낄 기회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고, 이내 자기 효능감 또한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에 있다.

 “로컬이 미래다!” 이 말이 성립하려면 지역의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서로 일정 경계선을 그어 놓고 대치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없이 많은 경계를 두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보고 경계를 지워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경계가 아닌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경쟁이 아닌 협동, 연대, 호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수능을 마친 이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그들 곁에서 언제나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희생했던 수많은 이들의 행위가 경쟁 아닌 협동이었음을, 사랑이었음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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