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는 12지지(地支)를 상징하는 동물로 구성되어 있다.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로 나눈다. 

토끼는 비록 힘은 약하고 몸집은 작지만 영특하고 착한 동물이다. 토끼띠생은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온화한 기질의 착한 성품을 타고난 이상주의자다. 심미적 감수성의 상징으로서 뿐만 아니라 재앙을 물리치고 벽사적 기능과 번창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강한 자에 꾀로 승리하는 지혜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토끼 같은 내 새끼’라 하듯 더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분신을 토끼에 비유한다. 

새해는 계묘(癸卯)년 검은 토끼해이다. 

토끼처럼 날렵하고 귀여운 처세와 영리한 행동으로 한 해를 지내려는 다짐이 있을 것이다. 민속학적으로 고분벽화, 문헌, 풍속, 동요, 동시, 설화, 판소리 등에서 영특하고 재빠른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토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구려 6대 대조왕 때이다. 부여국에서 온 사신이 뿔 3개가 있는 흰 사슴과 꼬리가 긴 토끼를 바쳤고 이에 고구려왕은 이들이 상서로운 짐승이라며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한다. 토끼의 상징성이나 암시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토끼가 거북을 타고 용궁에 갔다가 빠져나오는 ‘별주부전’ 이야기도 ‘삼국사기’에 기록된 설화다. 그리고 토끼의 영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 판소리 ‘수궁가’가 되었고 소설 ‘토끼전’으로 이어졌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한비자’는 ‘무릇 행정가는 재능이나 권력보다 백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나서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토끼 같은 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귀가 커서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인품을 가진 영물로 통한다. 이런 이유로 날짐승의 평화론자가 비둘기라면 길짐승의 평화론자로는 단연 토끼를 든다. 토끼를 착하게 여기는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여서 프랑스의 혁명지도자 ‘로베스 피에르’는 토끼를 ‘모든 선의 상징’이라고까지 말하였다. 

토끼 묘(卯)자는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에서는 ‘토끼가 만물이 무성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풍부하다는 뜻에서 토끼해는 재물 걱정 없는 해라고 일컫는데 경제 사정이 좋아져서 국민들이 시름을 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토끼 두 귀는 쫑긋, 앞발은 잘록하고, 뒷발은 길쭉한데 냄새로 새끼를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후각이 유난히 발달한 동물이다. 

놀라기도 잘하지만 희귀본능이 강해 반드시 자기자리로 되돌아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토끼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휘영청 밝은 달 속의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는 모습이다. 달 위에 그렸던 인간의 동경, 땅 위에서 누리지 못한 소망, 아마도 우리 민족이 그려온 토끼상이 아닐까! 지난 역사적으로 볼 때 토끼해에는 순탄했었던 해로 기록되고 있는데 2023 계묘년에는 ‘덕과 지혜의 상징’이 되어 희망의 한 해가 되고 지난해의 어렵고, 힘들고, 슬퍼하고, 불미스럽고, 불안했던 시간들을 잊고 토끼의 예지를 빌어 풍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해 누군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나의 무지함으로 배우고, 늘 자기 생각이 먼저였던 삶을 돌아보자. 따뜻한 이야기와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세상 그래서 인정의 바람이 끝없이 불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자. 

토끼의 눈을 명시(明視)라 한다. 새해에는 제발 토끼처럼 맑고 투명한 눈을 가진 정치인의 모습이 있어 상생과 화합하는 정치를 기대한다. 토끼해(2023)를 맞아 애독자 가정마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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