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인생에서 만나는 운명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인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Fati)을 저주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사랑(Amor)할 때 비로소 창조적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자고궁(君子固窮), ‘니체’의 버전이다. 

인간은 고난을 만나면 세상을 원망하거나 하늘을 욕하기도 한다. 군자와 창조적 인간은 그 운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내 인생의 어떤 상황도 사랑할 줄 아는 긍정적 사람인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불원천, 不怨天), 남을 탓하지 않는(불우인, 不尤人)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인간이다.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운명과 한 판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이사명(居易侯命, 편안함에 처하며 운명을 기다림)의 인간형이 군자다. 

‘공자’는 56세 되던 해 ‘노’나라 왕에게 사표를 내고 제자들과 14년의 방랑을 결단한다. 

대사구(大司寇), 오늘날 법무부장관 정도의 직책을 내던지고 떠나는 공자를 따라나선 제자들은 고초를 겪으며 스승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녔다. 

그들에게 들판은 교실이었고, 고난은 교재였다. 만남은 스승이었고 좌절은 근력이 되었다. 

모험을 하게 되면 반드시 좌초를 만나게 된다. ‘진’나라를 거쳐 ‘채’ 나라로 가는 도중 식량이 떨어지자 제자들은 굶주림에 고통을 당한다. 

다혈질 제자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이 추구하는 군자는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합니까?”

제자의 도발적 질문에 공자는 대답했다. 

“군자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다.”

‘논어’의 원문은 ‘군자고궁’인데 ‘군자는 자신이 만나게 되는 고통의 운명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느 해인가 제주도에 갔을 때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진본 전시회가 열려 그림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1840년 윤상도의 옥사에 관련되어 제주도로 유배되어 8년 동안 지냈던 곳이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를 간 지 5년째 되던 겨울, 날씨는 추웠고 눈은 많이 내렸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이 그토록 미웠고, 운명을 원망했기에 마음마저 추웠을 것이다. 

추사는 ‘군자고궁과 아모르 파티’를 화두로 추운 겨울날 서둘지 않고 푸른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네 그루를 그렸다. 

‘세한도’ 그림에 중국 지식인 16명과 한국 지식인 4명이 열정적인 공감을 했고 비로소 나라의 보물이 되었다. 

‘천지불인(天地不仁), 하늘은 세상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도덕경’의 구절이다. 착한 사람 복 주고 나쁜 사람 벌 주는 심판자로서 하늘은 없다. 

‘백이’ ‘숙제’ 같은 의인은 수양산에 들어가 나물을 캐 먹다가 굶어 죽었고 ‘도척’ 같은 도둑의 수괴는 평생 잘 먹고 잘 살다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현실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지만 하늘의 뜻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

착한 사람에게도 이해되지 않거나 견딜 수 없는 고난이 올 수 있다. 

불공평하고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버티어 내는 것이 군자의 아모르 파티 정신이다. 

토끼(계묘년) 해가 되어 한 달여가 된다. 

모두가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살아가자. 

‘고통의 운명에 흔들리지 않고 운명을 사랑한다’는 ‘군자고궁(君子固窮) 아모로 파티‘를 음미하면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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