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예선전을 치른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던 우리나라 투수 한 명이 국가대표 선수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와 맞붙는 상대팀에서 가장 경계를 할 정도로 우수한 투수이기에 더욱 속상하다. 운동 실력뿐 아니라 미모에도 출중했던 여자 배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그녀는 지금은 먼 이국땅으로 떠나 살고 있다. 한때 힘찬 응원을 보냈던 열성 팬들은 이제 그녀를 응원하지 않는 것 같다. 영재고등학교 재학생이 동급생을 극단적 선택까지 할 정도로 괴롭혔단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고위 관료였던 가해자 아버지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트로트 열풍에 혜성같이 나타나 장래가 촉망한 모 가수가 급기야 도중하차했다. 상금이 억대인 이 대회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눈앞에 둔 그였지만 어쩔 수 없이 하차했다.  

  학교폭력이 새봄을 맞이하는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이들은 과연 무엇이 어떻기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예와 부를 하루아침에 저버리고 좌절의 늪에 빠져야만 할까? 새봄을 맞이한 출발선에서부터 맑고 순수한 새내기들이 오염될까 염려된다. 

  어떤 사람은 철모르는 어린 시절의 일이니 한번 기회를 주자한다. 어떤 이는 그들의 실력이 아깝다며 용서의 차원에서 사랑을 베풀자고 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살다 보면 어찌 죄 안 짓고 깨끗하게만 살 수 있느냐며 항의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말이다. 학교폭력으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고통은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것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날로 충격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옹호하는 정도의 무관심으로 지냈다. 혹자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려 했다. 적어도 내 아들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애써 모른 척하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의 예이지만 고립과 불안에 떨며 학업을 포기했던 피해자가 갑자기 총기를 난사하고 흉기를 휘둘러 엄청난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는 가해자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 했다. 가정, 학교, 사회 모두 총체적으로 어른들의 문제이다. 

  권력과 돈과 힘 있는 어른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는 이성적인 사람이다. 내 아들딸부터 타이르고 이해하며 믿음을 주자. 상대적으로 약한 피해자들에게 동심의 순수한 손을 내밀어 보자.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품어주자. 그런 사람은 아프지도 늙지도 않고 복 받으며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어른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아이들이 변한다. “모든 사람을 내 가족처럼 대하자.”라는 상품광고가 문득 가슴에 와 닿는다. 희망찬 새봄을 맞이하여 꿈과 희망에 부푼 아이들 모두를 내 아들딸이라 생각하자. 쉽지 않지만 어른의 본보기는 학교폭력이 확 사라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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