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변에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가 있다. 그가 여럿과 대화 중에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누군가가 나를 그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라는 말을 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필자는 평소 누군가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으면 상대도 그러려니 하고 편안한 심리 상태로 관계를 유지해 온 습관 때문이었다. 여럿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필자는 그들의 대화에서 이탈한 채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평소에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상대방 감정의 무게와 마음의 온도를 체크했단 말인가? 아니면 감정의 무게와 마음의 온도와 상관없이 일관된 마음의 자세를 유지해 왔단 말인가? 그것들이 가능한가?

 필자는 한때 사람의 심리가 흥미로워 여러 심리학자 저서들을 정독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러하다. 어쩌다 심리사 자격증을 세 개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 심리 파악하기는 어렵다. 많은 이론과 사례 분석 대신, 상대의 언행을 통해 어떤 성향의 사람일지만 예측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것은 교육을 행하는 사람으로서 교육하는 데 참고하는 수준일 뿐, 교육장을 벗어나면 누군가를 특별히 관찰하는 일이 드물고 세세히 관심 갖는 일도 드물다. 언급한 그날처럼 불현듯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생각하면, 그때 그의 말에 쉽게 ‘공감’ 또는 ‘반박’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의 삶 전부를 모르는 까닭이다. 그가 그런 말을 하기까지에는 어떤 일련의 일이나 사건이 있었을 것이고, 일종의 방어기제 또한 형성되어 있었으리라.

만약 그가 어떤 생각에서, 어떤 경험에서, 어떤 트라우마가 있어서 혹은 없어서,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았다면 쉽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필자가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더욱 쉽게 공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묻지 않았고, 묻는다 해도 그가 긴 시간 할애하여 필자에게 말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관계란 이처럼 애매모호한 것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대체 무엇을 안단 말인가.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결국 필자가 그를 알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건 그의 이름과 겉모습과 몇 번의 만남으로 인한 기억이 전부인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안다고 대답해야 하나. 아니면 잘 모르지만 이름과 모습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동안 우리는 어떤 기준에서 개개인을 설명해 왔고 안다고 했을까. 혹은 모른다고 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우리의 귀와 마음은 참으로 제멋대로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마음 가는 만큼만 열어온 건 아닐까, 새삼 조심스럽다. 차라리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처럼 이모티콘으로 단순하게 웃고 화내고 슬퍼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공감 표현이 아닐까를 생각하니 절반 씁쓸하다.

 너무 오래 겨울잠을 잔 것 같다. 매화가 부르고 봄이 깨우니 일어나야겠다. 귀와 마음을 열고 그들의 말을 받아 적어야겠다. 모셔와 일 년을 공감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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