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전쯤 지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주제는 네트워크에 관한 것이었다. 그중 일부를 이야기하자면 네트워크를 흔히 점, 선, 면을 통해 비유하던 것을 노드, 노드 간 상호작용인 링크, 그 링크가 많이 모여드는 허브로 설명했고, 특히, 허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역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실제 강의 전 ‘네트워크를 통해 문제를 해소해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고, ‘없음’은 과반이 넘었다. 이는 지극히 소극적으로 행정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 공무원과 지역 네트워크 간 불신에서 기인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강의가 진행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의는 일회적이고, 업무와의 관련성이 높거나 의무적이다. ‘왜?’, ‘어떻게 하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에 대한 강의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민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구성한 네트워크는 현재 드러나 있는 지역의 문제뿐 아니라 추후 등장할 문제를 예측하여 해결하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다만 이 네트워크를 누군가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조직으로 활용하거나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이 얹어지게 되면 그 본질은 훼손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훼손을 겪어 본 공무원들이라면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이해된다.

실제 어느 곳에서도 지원받지 않고 지역의 쓰레기 문제 해소에 앞장서던 단체가 지원금이나 후원금을 조금 받더니 이제 돈을 받는 너희들이 쓰레기 문제 해소에 나서라는 등 본질을 망각하는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네트워크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 조직되고, 지자체의 지원만을 바라면서 생기는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다양한 목적을 지향하며 설립 운영하는 수많은 네트워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는 대체로 사람이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떠한 행위를 할 때 먼저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긍정과 부정의 방향성을 먼저 잡고 관계를 이어 가게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지역에서 공무원과 네트워크 조직 간 서로를 향한 시선이 긍정보다는 부정에 가깝다 보니 목전에 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절대 쉽지가 않다.

우리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이야기하기 위해 마주하게 된다면 그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로 서로를 바라보길 바란다. 그래야만 어떤 문제에 직면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선례를 찾아보고, 그것을 또 다듬고, 가공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지역에서의 혁신은 곧 우리 사고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 지역을 위해 우리 이제 정말 서로 신뢰하여 fast follower가 아닌 first mover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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