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이다. 딸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옛 생각이 떠올랐는지 초등학교 3, 4학년 시절에 있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교실은 운동장 가까이에 있었는데 수업 도중에 운동장을 걸어오고 있는 엄마, 아빠를 발견했다고 한다. 너무 반갑고 기쁜 나머지 엄마,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엄마,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날 자신이 하교했을 때, ‘수업 시간에는 대통령이 온다 해도 절대로 손을 흔들거나 알은체해서는 안 된다’고 엄마에게 큰 꾸중을 들었다 한다. 딸은 그 당시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컸는지 지금도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에 집중하지 않으면 종종 그 옛이야기를 꺼내어 들려준다고 한다. 

 아이러니다. ‘상처 주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필자의 이 교육 모토는 서른 중후반 나이, 교육에 입문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신념처럼 받들어 모셔왔다. 그런데 정작 내 자식에게 상처를 주다니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아이의 중요한 인격 형성 시기에 왜 선생님의 입장에서만 아이를 바라보았을까. 혼냈을까.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유추해 본다. 필자가 어린 딸의 나이 무렵, 스승을 대하는 태도는 이.래.야 한다는 틀이 형성되지 않았을까를.

 어린 시절, 어느 한 어르신이 대문 밖에 서서 마당에 계신 아버지를 향해, 훈장이셨다는 할아버지 존함을 묻고 스스로 할아버지 제자임을 밝혔다. 그 어르신은 안으로 드시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마다하고, 대문 밖에 서 계신 채로 아버지를 향해 여러 질문을 하셨다. 그 어르신은 아버지가 스승의 아들임이 확인된 순간, ‘스승의 아들은 스승과 같다’면서 맨바닥에 엎드린 채 아버지를 향해 큰절을 올리셨다. 당황한 아버지는 얼른 어르신의 팔을 붙들고 일으켜 세웠고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주셨다. 아버지는 간신히 어르신을 방으로 모셨다. 한참 시간이 흘렀고 그 어르신이 댁으로 돌아간 뒤,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셨다. 그 어르신은 ‘옛멀’이라는 곳에 사시는 분으로서, 할아버지의 높은 학문과 인품을 존경했지만 마음뿐, 이제 찾게 되었음을 매우 죄스럽게 생각하셨다고도 전했다. 

 그렇다. 필자가 그 어린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 체득된 스승에 대한 자세를 어린 딸에게 강요했던 건 아닐까. 아마 그럴 개연성이 높은 듯하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수강생들을 보면 그들의 부모 교육관과 그들 자신의 됨됨이를 헤아리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한편 그날 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엄마가 왜 그랬을까’,  ‘엄마가 참 너무했네’라는 혼잣말만 했다는 것. 결국 딸이 어렸던 시기에 제대로 된 교육도, 지금 사과의 말도 모두 때를 놓치고 만 셈이다. 통렬히 반성 중이다.

 누구든 중요한 때를 놓치지 말 일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의 말, 축하의 말, 감사의 말 한마디면 족하다. 그러나 진정이 아니라면 침묵하라! 오감五感은 늘 번개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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