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문화재단이 지역의 특정시설 운영사업을 위해 뛰어든다면 운영 사업권을 둘러싸고 군산문화재단과 지역문화원이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실제 서울특별시에서 특정시설의 운영권을 두고 재단과 지역문화원이 충돌한 사례가 있다.

물론 재단과 민간 문화예술단체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실시하는 공모에 모 지역 기초문화재단과 해당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동시에 응모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필자는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출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 운영을 계획하는 군산문화재단은 지역문화원이 군산만의 지역성을 특화, 발전시키는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 문화예술단체는 다양한 사업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재단은 지역민들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길 바란다.

또한, 지난해 제정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를 참고하여 군산문화재단의 운영 정체성을 문화다양성에 두고 다양한 문화적 삶의 주체들이 자기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는 수없이 파편화된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나노사회에서 지역문화재단의 성장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갈등의 시간을 지나 어렵게 설립하는 문화재단이 단순 관변단체로 전락하지 않고, 문화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 적용하는 소통창구로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지역민 스스로 문화 역량을 키워내고 마침내 문화로 도시를 혁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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