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학교에 말썽꾸러기 아이가 있었다.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장난치는 일이 일상인 소위 사고뭉치였다. 또래들과 다투고 싸우고 자기가 지배자인 것처럼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아이였다. 담임 선생님은 이 아이 때문에 학습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의 장래가 지극히 염려되기에 어떻게 올바르게 지도해야 할까 노심초사하였다.

 어느 날 아이가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선생님은 봉투를 뜯어 소리 내어 편지를 읽었다. “선생님 오늘 퇴근길에 저의 집에 초대하오니 꼭 오셨으면 합니다. 00이네 아빠 드림.” 아이는 의기양양 표정이었고 선생님은 아이를 보고 빙긋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아버지는 별이 두 개인 육군 장성이다. 아이는 평소 자기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높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집에 찾아오는 대부분 군인들이 아버지에게 경례를 붙이는 것을 자주 보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오늘 담임 선생님이 아버지에게 경례를 붙이는 모습을 상상을 하며 너무 고소하여 어서 시간이 지나갔으면 했다.

 이윽고 선생님이 집에 당도할 때 쯤 아이는 몸을 숨기고 선생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자 현관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아버지가 맨발로 달려가 대문을 여는 게 아닌가. 선생님이 집안으로 들어서자 아버지는 선생님께 경례를 척 부치더니 “선생님 바쁘신데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게 아닌가. 아이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아버지는 선생님을 정중히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몰래 뒷방으로 들어 간 아이는 방안의 광경을 보고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선생님이 아랫목 아버지 자리에 앉고 아버지는 윗목에서 무릎을 꿇고 선생님께 차를 권하는 것이었다. 

 ‘야! 우리 선생님이 우리 아버지보다 훨씬 높은가 보다. 그래서 선생님은 학교에서 내가 잘못했을 때 야단도 치고 숙제 검사도 꼼꼼히 하는구나.’

 그 일이 있은 후 아이의 학교생활 태도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여 훗날 소위 일류학교에 갔다. 추측하여 덧붙인다면 졸업 후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알고 지내는 저명한 사람이 되었다한다.

 난 이 이야기가 실화이거나 허구이거나 또는 내가 듣거나 읽은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였느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구나 학교 선생님과 장군과의 격을 운운하는 것은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라 호응 할 수 없다. 이야기의 본질은 날이 갈수록 자꾸 비뚤어지는 제자를 바르게 지도하려는 선생님의 열정과 자기 아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자신의 체면을 과감히 내려놓은 장군의 결단을 높이 사자는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아주 사소한 이야기의 본질을 알았다면 사랑하는 자녀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누구나 늘 고민하는 일이지만 올바른 교육은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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