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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론]품品

2023-06-19 10:28:43

이 소 암 시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누구에게든 평등하게 존중받는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의 감정은 법을 넘나드는 강력한 무기인 까닭이다. 필자는 이것을 개개인의 ‘품’이라 생각한다.

사람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느냐,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잘 다스리느냐, ‘역지사지易地思之’ 또는 배려심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그 품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에 따라 존중받아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상황이 존재할 수 있겠으나 누군가를 어떤 계기 없이, 객관적 혹은 사회적 평가 없이 존중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품이 낮은 것이요. 누군가가 존중받지 못할 어떤 행위를 할지라도 ‘사람이 우선’임을 깨달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은 품이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품이 높은 사람을 <<서울경제>> 사회면 보도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는 김운성 작가이다.

지난 5월 19일부터 5월 24일까지 서울 혜화 아트센터 제1전시실에서 ‘고 노무현 서거 14주기 추모전’이 열렸다. 이 추모전에는 19인의 예술가들이 출품, 이 중 김운성 작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5월 20일 어머니와 함께 관람하러 온 유치원생 남자아이가 호기심에 김운성 작가의 조소 작품 ‘중력을 거스르는’의 일부를 만져보다가 작품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행사 주관 갤러리 측에 의하면 이 작품은 500만 원에 책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주최측은 김운성 작가에게 연락하여 상황을 알렸고, 곧 김운성 작가의 휴대폰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격 높은 품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예술가로서 이 시대 귀감이 될 만하기에 원문 그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김운성입니다

작품 파손되었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왔다가 실수가있었던것 같습

니다

아이에게 혼내지 않았면 합니다

작가가 좀더 신경 써서 파손 되지 않게 했

어야했는데...

작가의 부주의도 있었던 일이라 생각됩니

다

변상 보상도 생각 안하셨으면 합니다

작가에게는 소중한 작품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함을 강요하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