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 검정색 안대를 씌운다. 안대를 씌우니 저절로 두 눈이 꼭 감긴다. 눈을 한번 크게 떠 보았더니 눈앞이 깜깜하다. 조교가 호루라기를 삑! 불면서 냅다 등을 떠민다. 땅이 울툭불툭 하여 밧줄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조교는 밧줄을 놓치면 큰일 난다며 고함을 친다. 낭떠러지로 구르지 않으려고 밧줄을 붙잡고 몸부림친다. 가슴은 콩닥거리고 온몸에 땀은 비 오듯 흐른다. 삼사 분 정도 지나 앞서 잠행을 마친 대원들의 박수 소리가 들린다. 무사히 목표 지점에 도달했나보다.  

 조교가 안대를 풀어 준다. 햇빛이 기다렸다는 듯이 눈 속으로 환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세상에 천길만길 낭떠러지인 줄 알고 잔뜩 겁을 먹고 죽기 살기로 매달리며 식은땀을 흘린 곳은 낭떠러지가 아니고 약간 경사진 평탄한 길이 아닌가. 속은 것에 대한 억울함보다 순진한 게 너무 민망하고 허탈하였지만 그런 과정을 구안한 아이디어는 참가한 우리 모두의 머리를 끄덕이게 했다.

 잠행을 마치고 난 뒤, 평소에 그리 대수롭지 않게 지내 온 나 자신의 잘못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약한 인간이 혹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안했나 뒤돌아보기도 했다. 특히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새롭게 인식하고 아울러 눈에 보이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일깨워 준 활동이었다.

  “너의 꿈을 펼쳐라! (Draw your Dream!)”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2023. 8. 1.(화) ~ 8. 12.(토) 기간에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열린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세계 스카우트연맹이 개최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 활동이다. 전 세계 170여 개국 회원국에서 4만 3000여 명이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참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체험을 비롯해 전 세계 친구들과의 우정 교류, 야영생활을 통해 개척정신과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해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잼버리 정신을 실현하는 행사다. 

 잼버리라는 의미는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북미 인디언들의 언어가 음이 바뀌어 전파된 것으로,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직접 영국 런던 올림피아 경기장(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회 세계 야영대회를 이렇게 칭하면서 전파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17회 세계 잼버리를 강원도 고성군에서 처음 개최하였고, 2023년에 25회 세계 잼버리를 새만금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소중한 우리 자녀들이 개인의 행위에 영향을 주는 ‘준거집단(準據集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세상에 꺼릴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얻는다는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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