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보도에 의하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마을 주민 280여 명에게, 거주 연수에 따라 한 명당 26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까지 지급, 초등, 중등 동창생 80여 명에게는 1억 원씩을, 고등 동창생에게는 5천만 원씩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고 한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증여로 인한 세금까지도 자신이 납부 후 전달했다고 한다.

 놀랍다. 누구든,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간절함과 인내심,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이 필수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부富이다. 애써 축적한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단지 고향 사람이라는 이유로, 동창이라는 이유로, 그냥 베푼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은 단지 고향을 사랑해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의 폭넓은 인간애와 인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베푼 금액이 많아서가 아니다. 증여로 인한 세금 부분까지 스스로 감당했다는 부분에서 필자는 더 큰 감동을 받은 것이다. 큰 것에서 오는 감동도 감동이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오는 감동도 감동이다. 세세함이 주는 감동은 오히려 가슴에 오래 남는 법이다. 

 한편 생각한다, 그 마을 주민들과 동문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 돈을 받았을까를. 속된 말로 로또를 맞힌 것도 아니고 그 마을에 거주한 것뿐인데, 같은 학교 출신일 뿐인데 횡재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반면에 힘든 시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이 시켜서, 함께 살고 싶어서, 있는 것 그냥 나누고 싶어서 베풀었음을 알고는, 베푼 이가 그랬듯 자신들도 그를 본받아 그냥,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고민하지는 않을까.

 고백하건대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그 마을 주민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왜 우리 고향 마을에는 이처럼 성공한 인물, 따뜻한 인류애와 인품을 가진 자가 없을까를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나는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나는 왜 부를 쌓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처럼 크게, 넓게, 베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가 지배적이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짧은 인생, 그처럼 인간답게 멋지게 살아볼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쩌랴. 필자는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내세가 있다 해도 그 무엇으로도 오고 싶지 않다고. 그래도 굳이, 필연적으로 와야 한다면 혹 바람으로나 올까. 그러하니 그처럼 살아본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필자가 가진 것은 마음뿐이다. 비록 그 마음일지라도 마지못해 베푸는 일은 지양하고, 그처럼 순수하게 그냥, 진실된 마음 베풂이라도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필자의 욕심일까. 베풂을 받은 순천 마을 주민들도 그러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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