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그 기본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기본 원칙이 타인의 기본 원칙과 달라서, 자신에게 마땅히 언짢은 일임에도 상대는 전혀 언짢은 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엊그제 일이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다녀오려고 집을 나섰다. 구월이라고 매미 울음소리도 잦아들고 화단의 맥문동도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름은 여전히 쨍쨍했다. 마트까지 그리 멀지 않은 길임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마트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필자는 필요한 물건들을 산 뒤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돋보기를 쓰고 구입 품목이 나열되어 있는 영수증을 살펴보았다. 두 가지 품목에서 한 개씩 산 것들이 두 개로 찍혀 있었다. 

 사실 영수증을 확인하는 버릇은 작년부터이다. 고깃집에서의 일이었다. 여섯 명이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영수증이 거추장스러웠다. 평소처럼 영수증을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다가 무심코 내역을 훑어보았는데 먹지 않은 고기가 추가되어 있었다. 주인께 확인하니 ‘미안하다’며 추가된 금액을 이내 환불해 주었다. 그 뒤로는 물건을 사고 난 뒤 꼭 영수증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오류가 난 영수증을 확인한 순간 솔직히 망설였다. 무더운 날씨 때문이기도 했고, 마트에 다시 가면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고객들이 많을 텐데 그 계산 직원이 민망해하지 않을까. 또 줄 서 있는 고객들에게 민폐되지는 않을까. 간다면 사 온 물건들을 다시 들고 가야 하나. 물건을 두고 가되 CCTV를 확인하는 게 어떠냐고 말해야 하나. 이러저러한 생각들이 뒤엉켰다. 하지만 결론은 물건을 두고 영수증을 들고 가서,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고객들 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이러저러하니 못 믿겠다면 CCTV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야겠다 마음먹고 집을 나섰다.

 예상과 달리 계산 대기자는 한 명뿐이었다. 그 고객 뒤에서 차례를 기다려 계산 직원에게 전후사정을 말했다. 직원은 필자의 카드를 달라고 하더니 전체 상품을 취소하고 원래대로 영수증을 출력해 줬다. 적은 금액이 아니었음에도 직원은 실수했다, 불편드려 미안하다 등의 어떤 말도 없었다. 돋보기가 없어 어렴풋이 확인하니 구입 품목 개수가 맞는 것 같아 영수증을 든 채로 마트를 나왔다.

 무더위 속을 지나오면서 문득 예전의 필자를 떠올렸다. 젊은 날, 이 상황이었다면 계산 직원 면전에 대고 사과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사과하지 않는다면 사장을 불러 직원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질책했을지도 모른다. 이 경우, ‘기본이 안 된 사람’은 마지못해 사과할지언정 진심으로 사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사과는 받지 않는 게 낫다. 차라리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나이들어 기개가 사라진 건 아닐까. 아니다.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소소한 깨달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의 사람 보는 기본 기준은 무엇인가가 남는다. 그것은 인간 존중에서 나오는 진정한 예의요,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요,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는 일이다. 크게 어렵지 않다.

 잘 산다는 것, 더도 말고 인간으로서 기본만 지켜도 잘 사는 게 아닐까. 필자는 그런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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