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은 50여 년의 짧은 삶을 살며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대문호였지만 전쟁으로 광분했던 일제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친일 문학활동을 했다. 그의 248개 작품들 중 친일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1940년대 쓴 16개 작품들이다.

 그는 1948년 잡지 ‘백민’을 통해 ‘민족의 죄인’을 발표함으로써 친일 문학활동을 주인공을 통해 사과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말처럼 한 번 살에 묻은 대일협력의 불결한 죄는 씻겨나갈 수 없는 그의 멍에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물론 채만식의 친일 문학활동의 과오는 당연히 지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의 사회현실을 풍자하고 고발한 그의 항일 문학작품들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채만식 문학상’의 복원을 위하여 범시민사회의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필자는 우연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채만식의 항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사료를 ‘한국독립운동사’, ‘법원재판 취조문’, ‘경찰서 검거취조의 건’, ‘평강채씨대동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독립운동사 ‘이인식(독립유공자)과 ‘이병관(독립유공자)의 신문조서’에서 채만식이 임피출신 선배들과 함께 3.1만세운동에 참여한 흔적이 있다. 당시 이인식은 보성고보 3학년생, 이병관은 중앙고보 3학년생 이었다.

  이인식은 채만식의 임피초교 1년 선배로서 3.1만세운동 전북학생대표로 맹활약을 했다. 이인식과 이병관이 구속되어 경성지방법원 피고인으로서  1919년 4월 19일, 6월 12일 각각 신문을 받고 있을 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채만식과 함께 김종원 집(경성부 제동 38번지)에서 하숙을 하고 있다고 예심판사에게 진술을 했다.

 그때 그들은 채만식이 경찰의 눈을 피해 3월 29일 ‘임피장터만세운동’ 거사를 위해 1년 후배 경성고보 1학년생 진장권과 함께 귀향을 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 지 모른다.  

  필자는 3-4년전 진장권(독립유공자)의 손자로부터 ‘서울에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조부(진장권)가 채만식과 함께 귀향했었다’는 증언을 전해들은 바 있었다. 실제로 ‘한국독립운동사 제3권 삼일운동사’에 따르면 ‘---옥구군 출신 유학생 진장권은 1919년 3월 1일 이후 서울에서 독립운동을 활약하다가 귀향하여  다시 채만식, 김석종, 최한풍, 김홍렬, 황봉규(현 군산예총회장 조부) 등과 함께 3월 29일 정오를 기해 임피장터만세운동을 계획하다가 정보 누설로 적측에 구속되어 1년 또는 7개월의 옥살이를 하였는데 그 중에도 진장권은 다시 상해로 나가서 독립운동에 헌신했다.’고 만세운동을 기록하고 있다. 

  채만식의 항일운동의 발자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가 개성의 형 집에서 집필을 할 때 1939년 4월 송도중학교 이두신 학생 사상사건(신사참배, 황군의 해남도 점령, 일본의 시정방침 비방)에도 연루되었다.

 이유는 첫째로 단발을 하지 않은 죄, 둘째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죄, 셋째로 학생조직의 모임에서 강연한 불온 사상범의 죄목이었다. 이때 채만식은 개성경찰서의 유치장에 약 두 달 동안 구금되어 곤욕을 치른 바 있었다.

  또한 평강채씨대동보 상에는 22세손 동만(東萬, 만식의 족보 명)의 이력이 ‘---저서는 탁류 외 170여 편, 공(公)은 일본 유학중 전국대학생축구대회장에서 항일구국심(抗日救國心)으로 일본인을 시해(猜害)한 죄로 6개월간 옥고(獄苦)---’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선생의 생전의 이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차남 계열이 생전에 족보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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