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을 통해서 배운다’는 좌우명이 있다. 

행복에 도달하는 진정한 길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있으며, 자기 앞에 있는 세계보다 조금 더 나은 세계를 남기는 노력이라 했다. 

책임과 참여를 강조하는 협동 생활, 놀이를 통해 신체를 단련시키며 공작과 일을 배우고,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단위의 야영 생활을 하는 게 잼버리의 목적이다. 

새만금 잼버리가 이 목적에 적응했던 행사였는가?

국가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만이 있다. 

우리 지역에서 치러지는 행사가 잘 진행되길 바랐다. 그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지만 열이틀 동안 채우기는 했다. 

참가했던 대원들은 그래도 손을 흔들어주고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뭘까?

시스템은 없고 임기응변만 있는 국가라는 사실, 지방은 한계가 있으니 뭐든 서울로 올려 보내야 한다는 사실만을 확인했다. 

파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감사를 하고 국회에서 따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친들 진짜 원인이 드러날까? 지방자치(전북)에 책임을 돌리고 예산 잘 썼는지 영수증과 계약서를 들여다본들 답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책임자 불러내 호통친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올림픽(하계, 동계),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해왔다. 그리고 성공리에 개최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 잼버리의 파행은 상식을 초월하고 국가의 이미지를 손상시켰다. 

시설과 운영, 폭염과 태풍으로 문제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청소년들을 도시로 보내라, 관광을 시켜라, K-팝 콘서트를 보게 하라고 지시하면서 진짜 파행은 시작되었다. 

행사장의 위생, 음식, 폭염, 의료 등 행사준비가 형편없다고 영국에 이어 미국 대원들이 철수하고 태풍예보까지 이어지자 결국 남은 대원들도 모두 철수시켜 8개 시, 도로 흩어졌다. 

서울 숙소 17곳 8개국, 경기 64곳 88개국, 인천 8곳 27개국, 대전 6곳 2개국, 세종 3곳 2개국, 충북 7곳 3개국, 충남 18곳 18개국, 전북 5곳 10개국이 되어 한류체험 성격으로 바뀐 채 K-팝 공연으로 막을 내렸다. 

새만금으로 개최지가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이다. 지난 6년 준비 기간 동안 사업비는 1171억 원이었는데 그 예산 중 기존시설비에는 고작 50억 원이었다. 그러니 꽉 막힌 화장실, 뻥 뚫린 샤워실, 그리고 전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최악의 행사가 되어 국제 망신이 되고 예산 낭비만 있었다. 

그늘 없는 간척지에서 4만 3천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를 우리나라 연중 기후 특성상 폭우, 태풍이 있는 8월 한여름에 했어야 했는가 의문이 든다. 

전라북도 탓을 하는데 정부의 책임도 있을 것이다. 

K-팝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이야기를 세계가 이미 잘 알고 있다. 하늘도 외면한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원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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