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식물 중에서 잔디는 일반적으로 인간들에게 사랑을 받는 편이다. 잔디 특성상 유용하게 쓸 곳이 많아서이다. 잔디를 무너진 절개지에 심으면 뿌리가 엉켜 사방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지금은 인조 잔디가 보급되어 그 유용성이 다소 낮아졌지만 아직도 천연 잔디는 운동장이나 많은 골프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잔디는 매우 억척스러운 풀이면서 사람에게 특별히 해를 주거나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젊은 연인들이 토끼풀 밭에 앉아 꽃시계를 만들어 손목에 채워주는 모습은 한 장의 그림같이 정겹다. 토끼풀꽃은 고급스럽고 화려하지 않지만 사람들에게 다정한 정감을 주는 풀이다. 토끼풀꽃은 토끼꽁지처럼 하얀 색에 부드러운 모양이 뭇 사람들의 마음을 너그럽게 한다.

 토끼풀 네 잎 크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며 그걸 찾느라 눈이 시릴 정도로 토끼풀밭을 헤집고 다닌 적이 있다. 어렵게 발견한 네 잎 크로버는 무슨 보석마냥 책갈피에 넣어 고이 간직하였다. 토끼풀 밭을 볼 때마다 진짜 토끼를 한두 마리 가져다 놓으면 토끼들은 토끼풀을 뜯어 먹어 좋고 아이들은 토끼를 보면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잔디와 토끼풀의 삶의 경쟁은 의외로 치열하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생사를 걸고 경쟁을 한다. 새로 조성된 철길공원의 너른 잔디밭이 멋있다며 지나다닌 지 며칠 새에 토끼풀에 점령당해 잔디 구경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러나 별 관심 없이 무심코 지나다 얼마 후 잔디밭 토끼풀이 폴싹 주저 앉은 것을 발견했다. 아니 포탄이 터져 불에 타버린 듯 처참했다. 토끼풀을 죽이는 제초제를 뿌린 것이다. 그 왕성했던 잔디와 토끼풀은 함께 흉한 상처만 남기고 볼썽사나운 상태로 한 해를 보냈다. 잔디와 토끼풀은 이판저판 결판을 내야만 살 수 있는 숙명적인 운명을 타고났나보다. 

  잔디와 토끼풀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보며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생각해 본다. 화면을 통한 전쟁의 처참한 모습을 접할 때마다 이건 결코 남의 나라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하는 나라들의 주장과 명분을 따질 것도 없이 전쟁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쟁은 되돌릴 수 없는 깊은 상처만 남긴다.

 우리는 일찍이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통하여 너무나 쓰라린 고통과 큰 희생을 겪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남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치하고 있다.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남의 나라 일이라고 도외시 하거나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다.

 특히 남의 탓만 하는 지도자나 위정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마음과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급박한 시점에 서 있음을 알아야겠다. 제발 이기주의의 틀을 깨고 상생의 길을 걸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하찮은 잔디와 토끼풀이지만 이들의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우리 삶을 슬기롭게 이끌어내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뛰 놀 수 있는 멋진 잔디밭과 행운의 네 잎 크로버를 찾는 토끼풀밭을 조성해 잘 가꾸면 얼마나 좋을까. 

  전쟁은 인간의 행위 중 가장 큰 비극이다. 잔디와 토끼풀의 삶의 경쟁에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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