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와 불교를 지키고 왕권의 상징으로 위엄과 권위를 나타낸다. 또한 물의 신으로서 농사와 풍어를 관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 문화에 깃든 용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일체 다양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왕가에서는 용은 곧 제왕이었다. 임금 얼굴을 용안이라 하고 임금 자리를 왕자라고 했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에만 86편의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며 ‘문헌비고’에는 신라 시조 원년에서부터 조선 숙종 때까지 29차례 용이 출현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용에 대한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다. 

동양인들의 용에 대한 상상은 그 종착지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중국 책 ‘광아(廣雅)’에는 용이 다른 짐승의 9가지 유사한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주장하는데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런 용을 우리 책 ‘훈몽자회’는 ‘미르용’이라 했으니 ‘미르’는 ‘물’과 통한다. 

서해 용왕이 왕건의 할아버지 직제건에게 ‘군지자손삼건필의(君之子孫三建必矣)’ ‘동방의 왕이 되려면 세울 ’건(建)‘자 붙은 이름으로 하여 자손까지 3대를 거쳐야만 한다’라고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불가에서는 과거의 불을 ‘비바시불’. 현대의 불을 ‘석가모니불’ 그리고 미래의 불을 ‘미륵불’이라하는데 여기에 ‘미륵’ 역시 ‘미르’와 상통한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요즘도 용왕굿이나 용신제를 지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용왕굿은 식수 고갈을 예방하려는 의식도 있는데 농악대가 우물 주위를 빙빙 돌며 빠른 농악을 울리다가 갑자기 농악을 멈추고 상쇠잡이가 우물을 향해 “물 주쇼, 물 주쇼, 용왕님네 물 주쇼, 뚫어라 뚫어라 물구멍만 펑펑”하며 축수 기원을 한다. 

용에 대한 의식이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 중에 깊은 물 속에 사는 큰 구렁이를 ‘이무기’라 하고 이무기가 천 년을 묵으면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고 상상을 한다. 

우리 속담에 ‘용 못된 이무기가 심술만 남더라’ ‘용 못된 이무기가 방천(防川, 둑) 낸다’는 말은 ‘되지 못한 것은 반드시 못된 짓을 한다’는 것을 용에 비유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땅속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그 속에서 흰 용이 나타나 하늘로 올라갔다는 형식의 이른바 ‘용연전설’도 있다. 

이무기의 승천을 믿었던 것이다. 

60년 만에 찾아온 청룡(靑龍)의 해(2024년) 갑진년을 맞는다. 용의 해에 출생한 사람은 신뢰감이 두터운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물욕이나 아첨하는 것도 싫어한다. 반면 화를 잘 내고, 고집이 세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때로는 괴팍한 성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2년(임진년) 흑룡의 해에 한, 중, 일 비교문화연구소가 ‘십이지신용’을 펴낸 바 있다. 

이 책 서문에서 이어령(작고) 교수는 “변화무쌍한 용이 글로벌한 세계 시스템 속에서 정보지식 IT를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이중교류와 배합, 그리고 이종 격투기와 같이 서로 섞이고 융합하는 놀라운 통합의 시대, 용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12년이 되어 다시 용의 해를 맞이하는데 지금까지는 통합의 시대가 되지 않고 불신과 다툼의 정치만 있을 뿐이다. 

2024년은 총선이 있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해이다. 

이어령 교수가 말했던 통합의 시대를 열어갈 수는 없을까?

상생, 화합의 정치 시대를 만들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청룡(靑龍)의 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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