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속성은 양극이 아닌 다극을 의미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다양성은 쉽지 않은 과제인 듯하다.

 나는 맞고 다른 이들은 틀린 것으로 간주하며 다양성에 대한 주제는 어느새 수면 아래로 내려가고 오직 두 무리가 마주 보며 생존을 위한 혈투를 시작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을 추앙하듯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해서는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전사가 되어 전진하는 이들을 보면 누가, 무엇이, 왜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든다.

 늘 그렇듯이 그들은 전투가 끝나고 나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순한 양이 되고 다양성 전문가인 것처럼 포용적인 사람으로 탈바꿈한다. 

  수없이 파편화된 정체성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이야말로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하고, 존중과 배려를 모범으로 보이며 공존과 상생을 이야기해야 할 터인데 현실 정치는 그렇지 못하다. 오직 나의 가치, 우리의 가치만 있을 뿐. 모두를 위한 가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정치권이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지 옳은 것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는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정치가 조금이라도 더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자세를 취해야 한다. 결국, 키는 우리 유권자가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옳은 방향일까. 나에게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 바로 지금 나보다 조금 더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행복해지는 정책이나 공약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상가에 들어서는 입구의 경사로 개선 사업을 들어보겠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단순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다양성 전문가들은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한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계단을 오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일시적 신체장애인, 고령자, 임신부, 유아, 그리고 이들과 동행한 다양한 사람들의 편의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나를 중심으로 한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아닌 나보다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이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결국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책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22대 총선을 맞이하며 갈등이 최고조로 향하는 것을 막는 똑똑한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자들의 공약에 다양한 삶의 주체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 본 내용은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