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결정적 이유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는 둘째 딸아이와 4학년이 되는 첫째 아들의 공이 크다. 아이들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볼 수 있기도 하고, 그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에도 금이 갈 수 있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인 필자와 앞으로 살아갈 알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놀이와 같은 아날로그적인 활동은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게 현실이 되었고, 디지털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세계화와 경험을 중시하는 필자의 성향과는 전혀 다르게 직관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아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다.
여전히 사회에서 MZ세대(1980~1994년 출생)에 대한 이슈가 계속되고 있지만, 조만간 저출생 기조가 유지되면서 가족의 소비가 한 아이에게 집중되는 에잇포켓(8-pocket), 골드키즈(gold kids)라 불리는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에 대한 이슈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알파 세대보다 먼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선배 세대들은 디지털 기기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며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적도 있었고, 스마트폰 앱이 아닌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타인과 건강한 관계 맺음도 경험해보았다. 디지털 기기로부터 자유롭게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찌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알파 세대는 오직 디지털을 통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오직 사람만이 갖는 가치는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다양한 세대, 계층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계가 중요하다.

선배 세대들은 후배 세대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인정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할 것이며, 후배 세대 또한 먼저 삶을 기획하고 살아온 선배 세대들이 갖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 것이고, 건강한 관계 맺음이 지속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현재이자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과 건강한 관계 정립을 위해 당장 오늘부터 디지털로부터의 느슨한 독립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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