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천 정비 공사를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이 바라던 하천 덮개 공사가 아니었지만, 자연 친화적인 하천 정비가 원칙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 오염된 폐수가 흐르던 하천 바닥을 긁어내고 하천 양쪽 축대를 말끔히 새로 쌓았다. 하천 언덕 위로 산책길을 만들고 바닥을 페인트로 예쁘게 색칠도 했다. 중간에 쉼터도 만들었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울타리도 쳤다. 

  하천과 맞닿은 아파트 뒤편으로 쪽문이 생겼다. 쪽문은 하천 산책길과 시내로 나가는 지름길로 이용하는데 편리한 위치다. 그런데 쪽문이 완공되어 이용하려니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나무 계단 높이가 일관성이 없고, 계단과 계단 폭마저 일정하지 않아 정상적인 사람도 오르내리기가 아주 불편하다. 계단이 이러하니 자전거를 끌거나 보행기를 이용하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쪽문을 이용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와이자 형의 갈래 길을 한 면은 계단으로 하고 다른 한 면은 완만한 비탈길로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계단 높이와 간격을 몸이 불편한 사람, 어린이와 노인들 쪽을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왕이면 조금만 더 다른 방안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쩌면 쪽문을 낸 사람들은 그동안 몸에 밴 익숙한 고정관념에서 좀 더 발전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쪽문을 낸 것이 안 낸 것보다 낫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요.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라는 옛말이 왜 자꾸 뇌까려질까.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보편적 설계’란 뜻으로 흔히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범용디자인'이라고도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생산되는 모든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어린이, 여성, 고령자, 장애인 등을 위한 디자인으로 개인적 사정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고립감을 피하고 유대감을 키운다는 뜻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삶을 조금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다양한 신체적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디자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왜냐하면 약자를 위한 시설도 결국 강자에게도 그 편리함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자동문이 약자만이 편리한 게 아니고 약자와 강자 양편 모두가 다 편리한 것이 쉬운 예이다.

  시내버스 안의 손잡이가 약자들을 위해 다양한 위치에 설치되어 있다. 문을 열고 오르고 내리는 계단이 거의 지면 가까이 낮아진 것도 좋은 본보기이다. 그 외에도 일회용품이나 서비스,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이 유니버설 개념을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앞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다. 

  보편적 설계라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우리네 생활 곳곳에서 봄꽃처럼 활짝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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