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 정치권에 비판적 글을 쓰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정치문제로 글로 싸운 적도 많다. 잘못을 비판하고 논리적으로 상대와 토론하면 뭐라도 변할 줄 알았으나, 거칠어지는 내면만 남았다. 설레발치는 내 모습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더욱 집중하는 게 변화를 일구는 실제적이고도 중요한 일인 것을 깨달았다. 현재 운영하는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과 ‘길위의청년학교’ 중심으로 청소년과 청년, 이웃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정치적인 글의 폭도 줄여 나갔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 대부분 가슴에서 오는 직관을 따랐다. 현재 행하는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시작했고 커졌다. 시작도 과정도 글로 남는다. 사람을 만나고 활동을 기획하면서 설레는 마음에 일을 저지르고 나면 변화는 반드시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그 일을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그 모든 일은 대부분 청소년과 우리 이웃들을 통해서 시작되고 이루어진다. 아마도 나를 깊게 만나는 사람들이 그 직관의 바탕인지도 모르겠다.

 활동 가운데 달그락이 10년이 되면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동안 페북과 블로그에 달그락과 관련해서 끄적인 글을 한글로 묶었더니 700쪽이 넘는다. 묶어 놓은 글을 보니 반복되는 내 나름의 개똥철학(?)이 보였고, 역시나 글의 중심에는 꾸준히 만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글은 관계의 시작이고 과정이며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은 더 깊게 하고 싶으니 가슴 속을 조금 더 열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가슴을 여는 행위가 글이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117세의 ‘마리아 브랴나스’ 할머니. 이분이 꼽은 장수 비결을 한마디로 하면 ‘나쁜 놈 멀리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해로운 사람은 멀리 떨어지라고 강조한다. 반대로 말하면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기’다. SNS로 사람들과 소통도 활발한 분이다. 딸이 알려줘서 ‘엑스’도 한다고 했다. 딸의 나이를 어림잡아 보니 90세 내외는 되지 않았을까? 심신이 건강하고 행복감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가족, 친구, 이웃과 좋은 관계에 있었다. 그동안의 행복과 삶의 질 연구 결과의 대부분은 좋은 관계였다.

 글은 일기를 제외하고 누군가에게 보여 주려고 쓴다. 그 안에 의미가 있고 좋은 경험과 성찰이 있으면 상대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깊어지기 마련이다. 글쓰기는 인간관계 맺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중 하나인 것이다. 교훈과 의미, 성찰할 수 있는 삶고 상대의 깊은 내면을 알 수 있는 노력의 결괏값이다.

 이런 나의 부족한 삶의 글이 모여서 책으로 출판도 되었다. 청소년진로와 청소년참여, 자치를 주제로 한 책부터 청소년활동과 관련한 이론서까지 지금까지 7권을 썼다. 이곳에 글을 쓰다 보니 알았다.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었다. 이 글 또한 언론에서 보여져 누군가에게 읽히면서 관계의 작은 끈이 될 것임을 믿는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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