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영화의무상영제라고도 불리는 스크린쿼터제는 극장에서 자국 영화를 일정 기간 이상 의무 상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국 영화의 시장 잠식을 방지하고 자국 영화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단순히 자국의 영화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특정 자국 상업영화가 극장을 점령함으로써 독립영화들이 설 수 없게 되는 모순이 생기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기억과 올해는 어떤 다양성의 주체를 영화로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개막식 현장으로 들어갔다.

 적지 않은 모악당 좌석이 채워지고 심사위원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특히, 올해 국제 경쟁부분 심사위원을 맡은 유지태 배우의 심사위원으로서의 각오가 와닿았다.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열정을 다해 작업한 결과물이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받게 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에 최대한 그들의 문화적 표현과 성과를 존중하는 자세로 심사에 임하겠다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한,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이 말한 ‘우리 삶의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영화 속 문화다양성의 주체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엿볼 수 있음에 이번 영화제가 기대되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제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영화인들의 한 축제인 영화제가 다른 장르 문화예술인들에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된 현실은 조금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의 범주 안에서는 다양한 경쟁과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가 누군가의 문화적 표현과 문화적 삶의 질을 저해하기도 한다. 다수가 열광하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라. 프로그램에서 순위 안에 드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고, 그 순위가 사회적, 경제적 보상을 가져오다 보니 온전히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제대로 표현하는 결과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이다. 이는 선을 넘고, 경계를 무시하고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겠다는 정체성을 담고 있다. 슬로건처럼 타인의 시선에 의해 그어진 선을 지워 경계를 없애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안에서 다양성은 공존을 넘어 상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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