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성의 젖을 먹는 그림이 있다. 

방문객 대부분은 노인과 젊은 여성의 애정행각을 그린 이 그림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다. 

우선 보기에 딸 같은 여성과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을 꾸짖으며 어떻게 이런 싸구려 그림이 국립미술관에 버젓이 전시되어 있는지 의아해한다.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불륜의 현장을 형상화한 것인가 의문을 가진다. 

그런데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은 커다란 젖가슴을 드러내 놓고 있는 젊은 여성의 아버지이다. 

딸이 아버지에게 젖을 물린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그림 속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해 ‘음식물 투입금지’라는 형벌을 내린다. 굶겨 죽이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감옥을 찾은 딸은 놀랍게도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눈에 핏발이 선다. 

해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딸은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다. 

그리고 젖을 아버지 입에 물린 것이다. 

이 작품은 부녀 간의 사랑과 헌신, 민족혼이 담긴 ‘푸에르토리코’인들이 자랑하는 최고의 예술품이다. 사람들은 처음 이 작품을 보고 저질스런 그림이라고 비난하지만 이 작품에 깃든 의미를 알고 나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라며 감동을 한다. 

현상만 보고 진실인 양 여겼지만 편견이었다. 

심리학에서는 편견이란 ‘어느 사회나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나쁜 감정, 부정적인 평가 적대적인 언동의 총체다’라고 정의한다.  

‘채근담’ 주자의 말에도 ‘밝은 빛깔은 금과 돌을 뚫는다. 진실의 일념은 무엇이든 뚫고 나가지 못함이 없다면서 허위는 먼저 그 사람의 얼굴 모양부터 일그러뜨리고 추잡한 그림자에 스스로 몸부림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경험에서 알 수 있지만 진실됨이 사실인데도 편견으로 오해하고 심지어 음해, 비방을 하는데 당사자는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당하는 사람은 상대가 측은하게 보이고 안타까운 생각을 한다. 

‘반구이부신(反?而負薪)’이라 한다. ‘갖 옷의 털이 상할까 봐 뒤집어 입고 나무를 등에 졌더니 도리어 갖 옷이 못 쓰게 되었다’는 뜻인데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편견적인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정치권에서나 사회생활에서 진실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일들을 허다하게 겪고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에머슨’은 ‘같은 일을 정당하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당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추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편견이 판치는 사회는 지역, 계층 간 개인의 갈등으로 공동체 질서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편견 없이 진실의 사회는 없는 것일까?

‘푸에르토리코’ 국립미술관의 그림이 편견의 좋은 예가 되고 있는데 진실은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어린애와 술 취한 사람은 진실을 말한다’ 

편견이 없는 진실에 대한 영국 속담을 음미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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