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사회, 다문화사회, ESG 시대, AI 등 현재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트렌드 키워드 안에서 삶을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이야기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자기 자신을 먼저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삶의 기획에서 먼저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아무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갖추고 있는 신념, 정체성, 가치관 등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사회에서 잘 착상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종종 학습자들에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나 삶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한다. 가족의 행복이나 건강 같은 무형의 것을 이야기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적고, 연봉이나 직업, 집의 크기, 자동차의 종류 등 눈에 확연히 보이는 타인의 시선에 걸맞은 기준을 제시하고 본질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이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기획하는 중요 기준을 자기 자신 안에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 삶의 본질을 탐색할 기회를 잃은 채 외부에서 찾은 기준을 삶의 중요한 모토로 삼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와는 반대로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자신 삶의 본질을 탐닉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공동체적 사고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사고하며, 종종 자신이 표출하는 언어의 온도를 높이며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주변인들을 사회에서 분리하려 계몽한다.

 며칠 전 택시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발에 뭔가 걸리며 작은 소리를 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곳저곳에서 긁힌 500원짜리 동전이 있었다. 이 동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우리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동전이 만들어져 누군가의 주머니에 존재할 때는 말끔한 모습으로 쓰임을 다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을 것이고, 그 쓰임이 시작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이곳저곳을 누비느라 닳고 닳은 지금의 모습을 보니 말이다. 

 건강한 저마다의 삶을 기획하는 키워드는 조금씩 다를 것이다. 다만, 우리네 삶의 모습이 매 순간 달라지더라도 동전이 갖는 기본적인 가치 즉, 본질은 변함이 없듯이 우리 또한 변하지 않는 저마다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겉모습에 의해 저마다 평가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종국에는 그것이 지닌 본질까지 훼손하는 일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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