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보면, 어떤 이는 정장 차림을 즐겨하고, 어떤 이는 캐주얼 차림을 즐겨한다.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다름은 분명하다. 다만 각각 의류를 선택할 때 무엇이 우선이느냐이다. 디자인, 색상, 단색인가 무늬인가, 소재 선택 등등 다양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더위와 추위에 취약한 편이라 소재를 가장 먼저 살핀다. 다음에는 색상을, 그 다음엔 무늬보다는 단색을 선호하고 평범한 디자인을 취한다.

 필자가 의류 선택할 때 소재를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그것이 의류의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더위엔 인견이나 린넨, 마, 면이 땀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고, 겨울이면 울, 모, 구스 패딩 등이 추위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데 적합하다 믿는 것이다. 이를 테면 색상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의류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면 옷으로써의 역할보다는 자기만족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만족하는 의생활, 합리적 의생활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소재도 색상도 디자인도 본인의 마음에 흡족하다면 금상첨화이다. 하지만 흡족하기까지는 사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부정할 수 없다.

 사람도 사람과의 관계도 의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굳이 의류에 있어서 ‘소재’를 거론한 것은 사람의 ‘본질’을 말하고자 함이다. 의류 소재는 유전적 성장과정 없이 발전 변천사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태어남부터 성장과정, 죽음에 이르기까지 유전적, 환경적, 교육적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따라서 인간 본질의 기본은 크게 이 세 가지의 영향을 입는다고 보는데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게 필자의 입장에서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기본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보편적인 ‘선'line을 넘지 않음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선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남에게 직접적인 불쾌감 내지는 피해를 주거나 지나칠 만큼의 관심이 낳은 간섭, 타인 혹은 스스로에게 정신, 육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집착, 없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과 사람에 최선을 다하지 않음은 이와 별개다. 일과 사람에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음이 그 선이라고 규정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은 타인과 스스로를 인정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크게 염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달리 말하면 인간의 본질, 기본 선은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이기도 하다. 무게를 잴 수 없고 만질 수 없다 하여 추상적이라고만 생각해선 안 된다. 신은 인간의 감정과 시간만큼은 공평하게 나눠주셨다. 당장 이것은 무엇이다, 이러하다, 라고 보여주거나 확인시키긴 어렵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다보면 인간 대부분은 느낄 수 있고 알게 되고 깨닫게 되어 있다. 다만 시간이 너무 흐른 뒤에는 후회나 자책이 따라올 수 있다. 지혜가 필요한 때다.

 소재 좋은 옷이 개개인 소비자, 특히 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그걸로 족하듯이, 기본 갖춘 사람들을 만나, 기본이 된 사회에서, 기본만큼 충실히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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