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단언한다. 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나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성장은 아무에게나 일어나지 않는다. 성장은 어떤 흔들림 안에서의 변화이고 이를 일깨우는 이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으로 내가 잘 되도록 돕는 사람이다.

성장 가운데 내가 알지 못했던 좋았던 점을 알게 되고, 가능성을 찾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존감이라고 하니 “너는 똑똑해, 너는 잘 났어. 너는 누구보다 강해”라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이라고 여기는데 착각이다. 이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게 아니고 영유아의 아이에게 ‘우쭈쭈’ 해 주는 말과 비슷하다. 자존감은 자신의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고교졸업반 청소년의 키가 160센티인데 너는 누구보다 농구를 잘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해 보라는 말은 거짓에 가깝다. 작은 일 하나에도 “너는 항상 최고이고 너무 멋지다”라고 표현하는 게 자존감을 높이지 않는다. 자칫 상대를 망치는 일이 된다.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내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너)는 이런 좋은 점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자존감은 시작된다.

자존감을 높여 주는 사람이 상대가 발전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그 가운데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발전되고 확장된다. 물론 상대의 성장을 돕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대부분의 이들은 자신 또한 타자를 통해 성장하는 경험을 한다. 훌륭한 스승이면서 제자에게서 배우고 성장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자녀에게도 배우는 게 많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성장은 고사하고 타자를 고통스럽게도 하는 사람도 있다.

뜨거운 여름의 마지막쯤 청년들과 제주에서 며칠간 숙박하면서 ‘평화’와 ‘자기 비전’에 대해서 나누었다. 2, 30대 청년들이 좋은 사람으로 사는 삶은 두 가지에 집중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기 일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보내는 시간을 원했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업무를 잘 하고 싶어 했다. 그 일이 삶의 교집합에 들어 가서 비전이 되기를 바랐다.

제주 다녀온 후 한 달여 벼르던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미용실에 다녀왔고 늦은 밤 대학원 강의까지 마치고 귀가하니 12시가 넘었다. 다음날도 오전 내내 결제하고 전화하고 행정 작업했고, 저녁까지 여러 회의와 모임이 계속 이어졌다. 쉬지 않고 연달아 사람들을 만나서인지 목이 칼칼할 지경이다. 이 모든 시간이 좋았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서로를 성장시키며 함께 하는 이들이다. 좋은 사람의 성장은 성실과 반복이라는 단어와 닮아 보인다.

나에게 좋은 사람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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