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 삼아 하는 짓과 짓궂게 하는 못된 짓, 어린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을 ‘장난’이라 한다. 장난은 처음에는 우스개로 시작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거나 심하면 예기치 못한 사태로 번지기 일쑤다. 이 장난에 ‘불’자가 붙으면 ‘불장난’이다. 불장난은 몹시 위험한 행위를 비유적으로 이르거나, 남녀 간의 무분별한 사귐을 속되게 이르는 말과 아이들이 불을 가지고 노는 장난을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큰일이다. 전쟁이라는 무모한 불장난은 막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남녀 간의 불장난은 많은 사연이 얽히고설키어 뭇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하고 상처를 주고받아 마음 아프게 한다. 때로는 내용이 허구이건 논픽션이건 연인들의 행위는 낭만적인 면도 있어 세간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도 한다.  

 어릴 적 경험했던 불장난이 생각난다. 어른들은 불장난 하면 밤에 잠자리에 오줌 싼다했다. 오줌을 싸면 키를 쓰고 이웃집에서 소금을 얻어 오라 했다. 어찌 보면 미신 같으나 여기에는 불장난의 위험을 은근히 가르치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은 공기 마냥 우리 생활에서 한시도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면서 불은 동전의 양면이다. 좋다고 필요하다고 너무 가까이 하거나 싫다고 멀리할 수 없는 게 불이다. 시세 말로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큰 손해다. 화재는 불로 인한 재난이다. 불이 나면 사람들은 일단 혼이 나간다고 한다. 불 자체도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연기이다.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화마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속된 말로 죽어 봐야 염라대왕 무서운 줄 알고, 불 나 봐야 불 무서운 줄 안다고 했다. 그만큼 불이 무섭다는 말을 강조하는 말이다. 불 난 집에서 아기를 놔두고 베개를 안고 뛰쳐나온 일이 있었단다. 순간 적으로 넋과 혼과 정신이 다 나갔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얼마나 무서운 지 알 수 있는 심각한 대목이다.

 고층 아파트가 경쟁이나 하듯 하늘로 치솟는다. 예기치 않은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어찌할까. 그것도 캄캄한 밤이나 추운 겨울, 태풍이 부는 날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고령화로 노인들만 사는 집이 늘고 있어 불에 대한 걱정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다음 시를 읽으며 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가다듬는 오늘이었으면 한다.

  가을 산(하영순) 

  가을이란/ 꾸러기/ 장난이 너무 심했다/ 어쩌다/ 산에 불을 놓았나/ 소낙비도 못 잡는/ 저 불길

 화재예방은 모든 행위의 필수 조건이다. 기온이 점점 내려가니 불을 가까이 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십일월을 불조심 강조 기간’으로 정한 것이다. 화재예방을 위해 ‘불! 불장난! 설마! 후회!’는 늘 곁에 두고 일백 번 곱씹어도 부족한 말이다.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이라는 말은 연인이 아닌 바로 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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