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청소원 복장을 갖춘 중후한 체격의 한 노인이 매일 아침 포대와 집게를 들고 골목길마다 누비면서 거리청소를 한다. 그래서인지 그가 살고 있는 군산시 서흥남동 거리는 언제나 깨끗하고 아름답다.

 주인공은 7년 전 중등교원으로 퇴직한 이석진(67세). 그는 재직시절에 사랑과 희생의 화신처럼 제자사랑, 이웃사랑을 초인적으로 펼쳤다. 그 덕분에 주변으로부터 본의 아니게 숫한 선의의 별명도 얻었다.

 동료교원들로부터 ‘롯찌’ ‘말려도 안 되는 사람’ ‘호적계장’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를 좋아하는 학부모들로부터는 ‘예비군 중대장’ ‘인간신호등’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제자들로부터는 ‘젖은 데로 입는 사람’으로 통했다.

 학생을 위한 일이라면 물불 가릴 것 없이 그들과 같이함으로써 그들의 가정 형편까지도 세세하게 파악하게 되어, 타 교원의 학생지도활동에 많은 참고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동료사회에서 페스타롯찌의 약칭인 ‘롯찌’로 통했다.

 교내활동 외에도 공휴일등, 과외시간을 활용하여 자비를 들여 국기달기, 공원청소, 향토순례, 등 애향활동을 전개하였다. 이 같은 과정에서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랑하는 제자들이 예비군 졸병들처럼 붙어서 딸아 다녔다

또한 그는 혼잡한 등교 길의 교통사고를 우려해서 매일 아침 일찍부터 교문 앞거리의 한가운데 우뚝 서서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교통을 정리했다.

그의 교육방법은 ‘하면 된다.’ 는 희망과 신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일단 교육목표가 설정되면 이의 실천을 위하여 솔선수범으로 추진해나갔다. 오늘날에도 간혹 늙은 옛 제자들이 찾아와서 사은의 표를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들의 한결같은 회고담은 ‘젖은 데로 입는 사람’인 은사님의 철두철미하고 고집스런 지도덕분에 오늘의 성장이 있었다고 감사를 표한다.

교육실천의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무정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정이 많아서 어려운 이웃을 보면 위로의 성금을 먼저 기탁하곤 하였다. 또한 결손가정 제자가 눈에 띄면 참지 못하고 그들이 슬하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 추적하며 도왔다. 그가 행한 위와 같은 사례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간의 50여회에 달하는 수상실적과 40여회에 달하는 표창 및 기사화에 대하여서도 항상 겸손해 한다. 다만 해야 할 일을 한 것들뿐인데 소리 없는 소문들이 이어져 나가서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이 미안하다고 한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딸 6공주의 뒷바라지도 힘이 들 턴데, 짜증 한번 없이 초인적인 제자사랑과 이웃을 배려하는 행거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친으로 부터 물려받은 봉사심과 건강 체질, 부인의 훌륭한 내조덕분, 그리고 주변의 협조였다고 공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2000년 8월, 명예퇴직한 후에도 복지관과 적십자사의 자원봉사원, IT봉사원, 옛 동료들과 조직해서 시민공원인 월명산을 돌보는 목요산악회원(회장 최동운), 등으로 왕성한 봉사활동을 계속할 뿐만 아니라 푼돈을 아껴 각종 희사금 모금에 열심히 참여함으로써 모범 시민상 등을 수상하였다.

특히 그는 40대 때, 피가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를 충격으로 접하고선 퇴임 후에도 헌혈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자랑삼아왔다. 하지만 65세가 넘으면서 더 이상 법으로 할 수 없게 되자 ‘헌혈 111회’를 기록하면서 헌혈유공 금상 수상으로 헌혈을 마감 하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3,40대 젊은이들이 나이를 탓하며 헌혈을 거부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교직도 은퇴하고 헌혈정년도 넘었지만, 헌혈홍보활동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뜻에 따라 6명의 딸들과 사위들까지 모두가 헌혈의 대열에 서 있으니 아쉬움이 덜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그는 ‘힘닿는 데까지 따뜻한 사랑을 펼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바쁘게 다른 골목길로 들어섰다.  

     
    글쓴이 : 전 군산중학교 교장 이진원 (11003444@hanmail.net)